대일예속 벗는 원양어업 「소작어업」이 줄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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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원양어업의 대일본상사 예속현상이 많이 퇴색되어 이른바 소작어업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어선과 출어 경비를 거의 전적으로 일본상사에 의존, 어획물판매권을 사실상 일본상사에 넘겨주고 있는 원양어선은 76년 말 현재 전체원양어선 8백49척의 30%인 2백47척뿐.
「오일·쇼크」로 크게 타격을 받아 대일 의존기간이 다소 길어졌지만 76년 초부터 해황이 호조를 보였고 수산경기도 회복되어 앞으로 2∼3년후면 이들 2백47척도 모두 자립할 수 있다는 것.
원양어업이 그 동안 대일예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은 원양어선의 구입과 출어 자금을 처음부터 모두 일본자본에 의존, 거의 무일푼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3백49t짜리 원양어선이 한 번 출항하는데 드는 경비는 약4천만원.
인도양에 한 번만 갔다오면 1억5천만원∼3억원을 벌 수 있으나 국내원양업자는 배도, 출어 경비도 없었다.
노다지를 캐기 위해서는 배(이자포함 약40만「달러」)와 출어 자금을 일본상사에서 빌어서라도 나가야 한다.
노동력과 기술밖에 없기 때문에 경영권은 자연히 자본주인 일본상사가 쥘 수밖에 없다.
자본을 대주는 일본상사는 그 심보가 「샤일록」이나 다름없다.
고기 값을 마음대로 정하고 저울질도 속인다.
판매를 알선해 준다는 명목으로 판매대전의 3%를 수수료로 뗀다.
이른바 「C3」이라 부르는 것이다. 물론 판매구전은 판매구전대로 착복한다.
출어 자금도 비싼 이자를 붙인다. 출어 자금이자는 일반적으로 일본상사 사내이자를 적용, 최고 연리14%에 이르고 있다.
배를 빌려주었으니 부품은 반드시 자사제품만 써야 하고 그나마도 외상이니 비쌀 수밖에 없다.
어황이 좋지 않아 제때 빚을 갚지 못하면 『어음을 돌리겠다』(부도)고 으름장을 놓기 일쑤고 이 때문에 좋든 싫든 그들의 요구는 다 들어주어야 한다.
이들이 이처럼 구실을 붙여 원양업자들을 옭아매는 방법은 줄잡아 10여가지.
그러나 이제는 원양업자의 3분의2가 온갖 굴욕을 다 견디고 거의 자립했다.
억척같이 벌어 배값을 모두 갚았고 정부도 원양 출어 자금을 확보, 이제는 수요의 반이나마 지원해주고 있다.
현재 정부가 대주고 있는 원양 출어 자금 규모는 2백억원.
최근에는 해황이 좋아 종전에는 1항 차에 9개월이나 걸리던 것이 5개월로 단축되어 2모작이 가능하게 됐고 고기 값도 t당(참치)1천7백「달러」선에서 2천4백「달러」선으로 치솟았다.
이 때문에 만선만 되면 1년에 5억∼6억원은 벌 수 있다.
1년만 잘 굴리면 일본 돈을 안 써도 괜찮다는 계산이 된다.
원양업자들은 이제 해양상의 조건이 좋은 지금, 정부가 조금만 더 지원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출어 자금지원 규모를 현재의 2백억원에서 4백60억원 선으로 늘려주면 운영자금면에서는 완전히 자립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현재 외국상사, 특히 일본상사창구를 통해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점을 고려, 자본력과 해외판매조직을 가진 국내종합상사들이 적극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생산과 무역의 분화를 가져올 수 있고 합리적 가격선정으로 「제 값 받기」를 실현, 수출증대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양 소작어업을 뿌리뽑을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요청되고 있다. <박병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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