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작자 울리는 개봉극장-멋대로 상영중단, 외화로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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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외화상영을 위해 상영중인 방화를 극장측이 일방적으로 끊어 말썽이 되고있다. 과거 방학에 대한 일부 개봉극장의 횡포가 가끔 있었으나 영화사측이 이번처럼 강경한 반발을 보이긴 처음이다.
지난 23일 서울 D극장과 M극장은 상영중인 국산영화 『엄마 없는 하늘아래』와 『고교결전 자 이제부터야』를 일방적으로 중단, 『고교결전…』을 감독한 정인엽씨가 무대에 올라 극장측의 부당을 호소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번 일은 국산영화진흥을 위해 마련된 「스크린·쿼터」제도를 개봉극장이 형식적인 것으로 취급했기 때문에 빚어진 사건. 「스크린·쿼터」제도는 극장이 전체영화상영일수 중 3분의1을 국산영화를 상영해야한다는 국산영화진흥책으로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봉극장들은 「스크린·쿼터」로 배정된 날짜만을 메우기 위해 국산영화는 관객의 대소를 막론하고 중단해 버리기 일쑤였다. 평소 국산영화는 사전에 일정한 수준까지 관객이 들지 않으면 극장측에서 상영을 중단한다는 계약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두 영화는 당초 계약했던 하루 1천명 (엄마 없는…)과 1천4백명 (고교결전…) 선을 훨씬 넘어서는 관객동원의 기록을 세웠다.
종영직전인 21일의 경우 D극장과 M극장은 각각 5천2백48명(3천명은 단체관람)과 1천9백68명이 입장했다.
그런데도 계약을 무시하고 「프로」를 바꾸었던 것. 국산영화에 대한 두 극장의 이런 처사에 대해 영화인회의 감독위원회와 「시나리오」위원회는 문공부에 대해 극장의 횡포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진정서와 함께 두 극장에 대해 앞으로 국산영화 상영을 「보이코트」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영화사측은 『극장측이 수입이 높은 외화만 상영하려고 하고 국산영화에 대해선 관심조차 갖지 않으니 어떻게 국산영화가 진흥되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영화인들의 이런 강경한 항변에도 불구하고 국산영화에 대한 극장측의 태도가 과연 얼마나 개선될 것인가에 대해선 의문이다.
그것은 극장측에 대해 국산영화제작자들은 항상 약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날짜 얻기가 어려워 제작자들은 항상 극장측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제작자들이 얼마나 단결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M극장의 경우는 상영을 중단하면서 신문에 『…격찬을 받고 장기상영의 전망이 뚜렷한 작품이오나 극장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상영을 일시 중단케 되어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제작사와 연출자 그리고 「팬」들에게 사과한다』는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감독 강대선씨는 『관객이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관객이 잘 드는 우수영화마저 극장측이 외면하니 어떻게 우수영화를 제작하겠느냐』면서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바람직한 국산영화의 진흥을 위해 어떤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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