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예의 안갖춘 방문판매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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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즘 들어 외판원들의 방문이 부쩍 많아졌다. 대부분은 초인종을 누른 뒤 용건을 말하고 거절하면 돌아가지만 지나치게 성가시게 굴어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의 일이다. 집에 혼자 있는데 누군가 계속해 문을 두드려댔다. 놀라서 누구냐고 물으니 웬 젊은 여자가 "얼굴 보고 얘기하겠다"고 소리를 쳤다. "누군지를 알아야 문을 열어 줄 것 아니냐"고 하자 "일단 문부터 좀 열어보라"며 짜증섞인 목소리를 냈다.

분명히 외판원이라는 생각이 들어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요 없으니 돌아가라"고 응대하자 한동안 조용하더니 그 여자가 다시 문을 두드리며 "문 좀 열어보라"고 졸라댔다. "도대체 왜 이러느냐"고 따지자 그제서야 여자는 "실은 근처 놀이방에서 왔는데 아이가 있으면 맡겨달라"고 했다.

경제가 어려워 한푼이라도 벌어보겠다는 사람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남의 집을 방문하려면, 그리고 그곳에서 무엇인가를 팔려면 기본적인 예의부터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김미지.충남 당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