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사정 악화일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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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시내 수돗물 사정이 갈수록 악화돼 성수기도 아닌 요즘부터 곳곳에서 전례없는 수도물 기근현상을 빚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시내 급수인구가 지난해의 6백52만명보다 25만명이 더 많은 6백77만명으로 늘어나고 생활수준의 향상등으로 가구당 수도물 사용량도 해마다 평균 10%씩 늘어나고 있으나 시당국은 올해 시설확장등 근본 계획을 새우지 못한 채 노후배수관대체·기존시설개선 등으로 하루 11만t정도의 증수효과를 얻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 당국은「수도를 10%절약 범시민운동」을 전개키로 하는 등 올여름성수기에도 심한 급수난이 예상된다.
16일 서울시수도국집계에 따르면 현재 만성출수불량지구는 44개동 1만5천여가구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서대문구당암·갈현·당암·녹번·신사·남가주·북가주·연로·창천동등 14개지역 4백83가구, 영등포구 가리봉·시흥·독산·양평·구로·신정·오류동등 42개지역 1천6백80가구, 관악구 신림·상도·봉천동등 24개지역 5백68가구등 모두 80개지구 2천7백39가구는 하루3시간미만만 물이 나오거나 전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실제3시간 미만밖에 물이 나오지 않는 지역은 이보다 훨씬 많아 집계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동대문구답십리2동61의32 한기분씨(44·여)집의 경우 서울시가 발표한 출수불량지구가 아닌데도 낮에는 전혀 물이 나오지 않고 새벽 l∼2시라야 2시간정도 졸졸거리며 나오다 그쳐 온 가족이 교대로 밤잠을 자지 못하고 기다렸다가 물을 받고 있다. 종로구창신3동23의459 김정수씨(50)집도 새벽녘에야 1∼2시간씩 나와 3가구가 인근에서 물 한지게에 1백원씩 사다 쓰고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상도1동산47의1 엄익준씨(32·여)는 10년째 새벽4∼6시에만 물이 나와 아침식사를 「라면」이나 빵으로 때울때가 많으며 빨래는 친척집에서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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