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인재 뽑는 게 최고의 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안은억
한국로슈진단 대표이사

기업은 언제나 인재를 찾는다. 뛰어난 인재가 기업을 발전시킨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은 토익·학벌과 같은 소위 ‘스펙’을 인재의 기준으로 내세우고 평가한다. 과연 옳은 일일까?

 필자는 유년 시절 가정형편 때문에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장학재단에 발탁돼 스위스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부친의 사망 소식에 한국에 돌아왔지만 고교 중퇴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었다. 결국 학업을 지속하기 위해 스위스로 돌아갔고, 20여 년이 지나 한 기업의 리더로 다시 한국에 오게 됐다.

 오늘날 한국의 학생들은 대학 진학과 대기업 취업을 인생의 목표로 정하고 살아간다. 그 안에 인생에 대한 궁극적인 목표나 꿈꾸는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은 없다. 하지만 급진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는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창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 주어진 환경을 극복할 줄 아는 사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스위스의 연평균 청년 취업률은 60%대다. 우리나라 청년 취업률이 30%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다. 스위스의 경우 중학교 졸업 후 10명 중 7명이 직업학교로 진학한다. 중학교 때부터 스스로의 적성과 진로를 고민해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직업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소위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취업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나 한계가 없다.

 한국로슈진단은 스위스의 직업교육 시스템인 VET 제도를 도입했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정규 교육과 현장 실습을 병행하는 ‘영 마이스터 프로그램’이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이 기업의 인재 개발 방식을 변화시키고, 학력과 직업군에 대한 편견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직업교육 전문 고등학생들을 채용하는 문제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도전정신이 높은 인재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더 많은 기업이 인재 선발은 투자라는 개념에 동참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안은억 한국로슈진단 대표이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