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선무는 문 협 내부 인화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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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창립된 지 15년만에 처음으로 간선제에 의해 이사장단을 선출한 한국문인협회 제16차 정기총회(31일·서울 출판문화회관강당)는 예상 밖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서정주씨(시인)를 이사장으로, 김요섭·박양균·이동주씨 를 부 이사장으로 각각 선출하고 막을 내렸다.
이날 이사장단 선거는 오랫동안 기반을 다져 온 문덕수씨의 맹추격이 예상되었으나 서정주씨에 대한 폭넓은 지지를 깨뜨리지 못한 채 92표 대 64표(참석대의원수 1백57명)로 서씨가 당선됐다.
반면 부 이사장 선거에서는 개표가 끝날 때까지 당락을 점칠 수 없는「시소」를 벌인 끝에 김요섭(79표), 박양균(65표), 이동주(60표)씨가 정을병·이근배·정한숙씨를 누르고 당선됐다.
「문협」의 새 이사장에 선출된 서정주씨는 당선 첫 소감으로『해묵은 문협」내부의 대립관계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서씨는「당초 투표 따위의 경쟁의 와중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것이 내 신념이었으나 내가 나섬으로써 문협에 인화가 조성되고 새로운 풍토가 진작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나서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씨는 앞으로「문협」을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서『좋은 것은 계승하고 나쁜 것은 과감하게 버리겠다』고 말하고「문협」의 존재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 원고료 문제를 포함한 문인들의 권익옹호에 서슴지 않고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서씨의 당선이 그 개인적으로는 우리 문단에서 시인으로서의 그의 위치를 재학인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문협」에서 전이사장 조연현씨의 영향력이 아직도 막강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보는 문인들이 많다.
서씨가 조씨의 강력한 종용을 받아 출마를 결심했으며 조씨 계열의 김·박·이씨가 나란히 부 이사장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서씨는 1915년 전북 고창군 태생이며 36년 신문의 신춘문예에 당선, 시단에「데뷔」한 이래 40여 년 동안의 왕성한 작품활동을 통해『화사』,『귀촉도』,『신나초』,『국화 옆에서』등 많은 문제작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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