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인칭 객관적 시점>
이 시점에서 설화자는 작중인물의 마음속에 들어가기 않는다. 바꾸어 말하면 심리묘사는 일절 없다. 「무비·카메라」가 사건을 쫓듯이 설화자는 단지 보고 듣는 것만을 객관적으로 기록한다. 그러므로 독자는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이 된다. 20세기에 들어와 이 시점이 많이 쓰이게 된 것은 영화의 영향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시점은 20세기에 처음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고 이미 18세기에도 소설에 쓰여졌었다. 표현에 제약이 따르지만 신선한 느낌을 주는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설화자는 누구냐, 또 어느 위치에서 관찰하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 3인칭 객관적 시점의 대표적인 예인 「헤밍웨이」의 『살인자들』에서 「우젤」은 설화자가 「레스토랑 안에 있는 어떤 인물」이라고 보고 있으나, 이 견해는 올바르다고 볼 수 없다. 작중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을 살피고 그들의 대화를 듣는 설화자는 그들이 가는 곳은 어디에나 갈 수 있기 때문에 초인간적이다.
그러므로 이 설화자는 1인칭 객관적 시점의 설화자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1인칭 관찰자는 그야말로 사람이고, 한 인간이 볼 수 있는 것만 보는 것이 가능한데 이 객관적 시점의 관찰자-작가는 그의 인물을 따라 사막에도 가고 밀폐된 방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바네트」의 말처럼 이 설화자는 전지는 아니지만 전능의 존재라 하겠다.
또 「객관적 시점」이란 명칭을 사용했는데 순수하게 「객관적」인 표현이 존재할 수 있느냐도 의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페린」이 말한 것처럼, 작가가 어구를 선택할 때 벌써 그의 논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령 「헤밍웨이」의 『살인자들』에서 『그의 얼굴은 작고(Small) 희었다(White).』같은 표현은 결코 객관적이라 할 수 없다. 「작다」든가 「희다」는 표현은 극히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또 『그가 이 말을 할 때, 그건 어리석게 들렸다(it sounded silly)」와 같은 표현은 대단히 애매하고 주도적이라 하지 않은 수 없다.
이 3인칭 객관적 시점은 작중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독자가 알 수 없기 때문에 퍽 단조로운 감을 주게되며 무한정 길게 이끌어 갈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시점만으로 장편소설을 구성할 수는 없다. 우리 나라 작가로 순수하게 이 시점만으로 소설을 쓴 예는 없는 것 같으나 부분적으로는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다.
다음의 글은 서정인의 『후송』의 한 귀절이다.
『군의관이 괜찮다고 하는데 왜 자꾸 그러시지요?』
그는 「오디오그램」을 받아서 펴 보며 말했다.
『그러나 아픈 것은 군의관이 아니니까요』
성 중위는 군의관을 주시했다. 군의관은 청력「그래프」를 대강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은 그 아래에 있는 영문으로 된 날인된 군의관의 의견 난에서 멎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성 중위는 눈을 돌려 창 밖을 내다보았다. 백양나무의 잎들이 하얗게 펄럭이면서 떨어지고 있었다.
『알았습니다.』
군의관이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이 글에서 독자는 성 중위가 이 순간 무엇을 생각하는지, 군의관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직접적으로는 알 수 없다. 다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3인칭 객관적 시점의 특수한 경우로 사진적 시점이 있다. 「카메라」가 상황을 묘사하듯 외형과 외적 동작만을 그려 가는 수법에 사용되는 시점이다. 이 때 대화는 기록되지 않으므로 독자는 무성영화의 관객이 된 느낌을 갖게된다. 이것은 그 단조성 때문에 긴 작품에는 결코 쓸 수 없고 소품에만 쓰일 수 있다. 순수하게 사진적 시점만으로 쓰여진 작품이 있을까? 이론상으로는 있을 수 있다. 「우젤」은 1백%로 순수하게 사진적 시점으로 쓰여진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에 상당히 가까운 작품은 제법 발견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사진적 시점에 대해 대화까지 기록되는 앞의 경우를 극적 시점이라고 한다. 「헤밍웨이」의 『살인자들』이나 서정인의 『후송』의 구절처럼 대개의 경우가 극적 시점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시점을 극적 시점과 사진적 시점으로 나누는 외에 역시 논평적 시점과 중립적 시점으로 나눌 수 있다. 객관적 시점이기 때문에 대개는 중립적 시점이지만 논평적 시점도 가능하다. 「토머스·울프」의 『문이 없다』에 이 예를 찾을 수 있다.
이 3인칭 객관적 시점을 수식으로 나타내면.
설화자 <작중인물>
(주=이 시점에서는 『살인자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뚜렷이 주 인물이라 부를 수 있는 작중인물이 없다. 초점이 주로 많이 맞추어지는 인물<예『살인자들』의 「닉」>이 있다해도 그것은 다른 시점의 주 인물과 성격이 틀린다. 초점이 한 인물에게만 맞추어 지는 경우는 후술할 선택적 객관시점이다).예『살인자들』의>작중인물>
⑥신춘 「중앙문예」 평론 당선작|김천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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