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양상-「존·키건」 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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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쟁을 실제로 체험한 사람의 전쟁을 보는 눈과 체험하지 못한 사람의 전쟁을 보는 눈에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전쟁을 체험하지 못했다고 해서 전쟁의 우상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전쟁은 학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4년 동안 「샌드허스트」(영 육군사관학교)에서 전쟁학을 강의해 온 영국의 군사 사학자 「존·키건」의 신저 『전쟁의 양상』(「바이킹」사간)은 전쟁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한 학자의 전쟁에 관한 저서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그는 오랫동안 군사학을 강의해 오면서 전쟁에 관한 어떤 문제들이 사관 생도를 괴롭히고 있는가에 착안, 그러한 문제에 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저서에서 그는 전쟁의 「모델·케이스」로서 세계 전쟁사에 중요하게 기록되는 「아진코트」 「워털루」 「솜」 등 3개 전투의 내막을 파헤치고 있다. 가령 1415년10월25일의 「아진코트」전투에서 영국군이 불과 5천의 사수와 1천의 보병을 가지고 2만5천의 「프랑스」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던가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나간 전쟁 양상의 결론으로서 저자는 『인간이 이제는 전쟁을 견딜 수 없게 되었으므로 현대전은 쓸모없이 되어 버렸다』고 말하고 『전쟁이 이미 스스로 없어져 버리고 있다는 의혹이 자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하겠다. <미「타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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