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정책위 신설|재무장관이 임원 임면|은행감독원 분리독립|현실화·능률화가 목적|금융의 근대화에 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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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한은 법을 개 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한 은이나 금융계에선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한은 법 개 정이 통화정책 및 금융기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다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정부는 중앙은행 제도를 비롯한 전반적인 금융제도를 현실에 맞게 재편한다는 방향아래 그 구체적인 방안을 금융제도심의위에 자문 요청했는데 동 위원회는 우선 한 은법 개정방향으로 금통운위의 개편·독립 화, 은행감독원의 분리, 한 은에 대한 재무장관의 지시감독권 강화 등 한은 기능의 약화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한은 법 개정안에 대해 재무부는 현실에 맞는 타당한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한은 측은 금융의 중립성·자율성이 크게 손상 될 우려가 있다고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경제계와 학계에서도 한은 법을 그 동안의 경제여건의 변모에 맞추어 고치는 것은 좋지만 금융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높여 중앙은행의 통화가치안정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높다.
특히 학계에선 아무래도 성장 유혹에 밀리기 쉬운 정부보다 다소 보수적 성향의 중앙 은에 통화신용정책을 맡기는 것이 안정기조 확보에 소망스럽다고 전제하고 현재 시급한 것은 한은 개편보다 금융의 창의성과 능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회에서도 중앙은행제도의 개편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 많으며 야당 측은 국회에 넘어오면 따지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은 법 개정요지>
◇금융통화정책위의 신설=ⓛ통화정책신용기구인 금통운위를 금융통화정책위로 바꾸고 정부와 한 은으로부터 독립된 기구로 함(의장은 한은 총재).
②금융통화정책위의 기능을 통화신용정책 결정에만 한정케 하고 한 은의 운영관리 및 은행감독기능은 분리.
③금융통화정책위의 구성은 한은 총재·은행감독원장·재무차관·증권거래소 이사장 등 당연 직 위원과 기획원·농수산·상공장관과 금융기관이 추천하는 각1명씩의 임명위원으로 구성.
◇한은 임원 진 개편=①총재·부총재 및 이사 7∼8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여 금융통화정책위의 위임사항 및 한 은의 업무운영관리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되 금융통화정책위의 지시감독을 배제.
②총재를 제외한 임원은 금용 통화정책위의 동의를 받아 총재의 추천으로 재무장관이 임면.
③재무장관은 금융통화정책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하여 특히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한 은에 대한 지시 권 보유.
◇은행감독위 설치=ⓛ은행감독원을 정부 및 한 은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 하여 한 은의 의 전 금융기관의 감독 및 검사업무를 담당. ②이의 심의기구로 은행감독위 설치. ③은행감독원의 기본재산 및 운영경비는 한 은이 출연.

<재무부의 개정취지>
◇현 한은 법의 골격은 5년 전 정부와 사회가 모두 불안정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며 오늘의 경제·사회여건은 그 당시에 비해 크게 변화했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한은 법이나 은행법의 내용을 좀 더 현실에 맞도록 고칠 필요성을 느껴 그 작업을 금융제도심의위원회에 맡긴바 있다.
작업을 맡기는데 있어 재무부는 제도개편의 방향으로 중앙은행제도의 현실화, 능률화를 제시했고 지금 마련된 개편 안은 이 같은 취지를 구현한 것으로 본다.
은행감독원을 한 은에서 분리하여 재무부가 감독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재정·금융에 대한 책임이 재무부에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고 현실화한 것이다.
한은 법의 내용은 실제운용과 유리된 점이 많았는데 이것을 실제 운용해 온 대로 고치자는 것이며 특별히 한 은의 권한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의 입장>
◇현행 한은 법은 금융의 민주화 및 자립성을 입법정신으로 제정된 것으로 그 내용이나 체제 면에서 현대 중앙은행제도의 이념을 잘 구현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그동안 괄목할 만 하게 양·질량 면에서 변모한 실물경제와 금융산업간의 발전 면에서의 불균형을 시정하고 금융이 보다 효과적으로 경제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한은 법의 부분적 수정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한은 법 수정의 기본방향은 부분적 보완에 두어져야 하며 기본 이념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전면적 수정은 한국금융의 근대화·국제화에 오히려 후퇴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한은 법개정은 금융의 자율성을 높임으로써 내외경제의 융통에 기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제도의 수립, 수립된 정책의 효과적 수행을 위해 정책 수립기구와 집행감독기구의 보다 긴밀한 유기성의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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