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사회의 이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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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군배 특파원】고무공을 너무 세차게누르민 그만큼 세차게 틔어 오른다.
오래전부터 금주령 아래 있는 인도에서 대규모의「알콜」중독사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이러닉」하다. 「힌두」교도들은 물론 종교적 양심에 따라 술을 멀리하지만 「모슬렘」 교도들도 스스로 절제하는 것이 몸에 배어 인도의 거리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은 볼수 없다.
그런데 지난 8일 술을 먹고 1백11명이 몰사한 엄청난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마르야프레데쉬」주의 「인드레」라는 도시에서 인도 토속 술인 「데시」(Desi)라는 독주를 마신 1백28명의 「슬럼」가 주민들이 모조리 중독되어 그날로 72명이 죽고 결국은 열댓명만 겨우 목숨을 건진 것이다.
이들이 마신 술은 밀주였다. 그래서 주정부는 유가족들에게 5백「루피」(약55「달러」)씩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한편, 밀조주의 경위를 수사하는 등 법석을 벌였다.
「데시」라는 술은 「오린지」 와 「바나나」를 원료로 해서 만드는데 빛깔이 다양하며 85도나 되는 독한 술이다. 이것을 마실땐 워낙 독하므로 냉수를 섞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런데 희생자들은 한동네 사람도 아니고 「인드레」시의 여러곳에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라 「데시」의 밀조 조직은 아마도 광범하게 퍼져 있는 모양. 그리고 하룻 저녁에 동시에 이 중독 사고가 일어난 원인도 수사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보통 금주라고 하지만 사실 인도정부의 명령은 금주가 아니고 절주령이다. 「데시」 라는 술도 1병에 10「루피」에 거래되는 것. 술의 판매는 각 주정부가 지정한 특정업소에서만 가능한데 매월 1일, 2일과 매주 수요일을 제외하고는 언제든지 판다. 그러나 「데시」의 경우 한사람이 1병 이상 한꺼번에 살수 없다.
음주는 개인의 사적 시설물안에서만 가능하고 사무실·거리등 공공장소에서는 엄금. 그러나 주요도시를 벗어난 시골같은 곳에서는 이 규제가 해제된다.
어떤 곳에서 마시든 음주로 인한 사고나 점잖지 못한 거동은 엄히 다스려진다.
금주령에 저촉될 경우 최소 70「루피」(약8「달러」)에서 최고 3천「루피」(약3백50 「달러」) 혹은 2주간의 구류처분을 받게 되어 있다. 신성시하는 소마저 밀도살되어 암거래되고 있는 현실에서 보면 금주령의 퇴색이 눈에 보이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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