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촉구로 당사자 주의를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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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키신저」장관의 9·30제의는 지난해의 한반도 관계 4자 회담제의를 보다 현실적으로 수정했다는 점 외에도 판문점사건-북괴 측「유엔」결의안 철회로 이어지는 일연의 움직임에서 한반도 긴장완화의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탐색의 의도가 들어있다.
「키신저」장관의 이번 연설에는 북괴의 체면을 최대한 보아준 흔적이 역력했다. 한국의 휴전협정을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바꾸기 위한 국제회의를 제안하는 연설에서 그런 평화체제의 필요성을 가장 극적으로 증명한 판문점사건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의도적이다.
「키신저」장관은 북괴의 약점을 건드리지 않음으로써 그들이 이번 제의를 받아들이도록 도덕적 압력을 넣은 셈이다.
「그로미코」가 지난 28일 연설에서 지난해의 한국문제에 관한「유엔」결의안의 실천을 강조할 뿐 한국을 건드리지 않고 넘어간 사실과「키신저」가 북괴를 건드리지 않은 흔적을 묶어놓고 보면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강대국들간에는 벌써 판문점 사건 이후 양쪽 결의안 철회까지 이른 분위기가 중요하고 그것을 파괴하지 말자는 양해가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낳을만하다.
「키신저」는 지난번「4자 회담」안을 이번에 단계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제시하는 가운데 남북예비회담을 첫머리에 놓았다. 이것은 당사자 주의의 강조이며 또 남북대화의 촉진이기도 하다.
북괴와 중공이「키신저」의 단계적 4자 회담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그들의 내부사정에 달렸다.
여하튼 그들의 반응은 판문점사건과 결의안 철회가 근본적인 정책상의 수정을 뜻하는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의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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