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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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미1군단장 「쿠쉬먼」중장은 29일 『9일 단기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작년 2월말에 「홀링스워드」중장이 밝힌 9일 속전전략을 재확인한 셈이다.
9일속전이란 이렇다. 만약에 북괴군이 남침하는 경우 B-52중폭격기들이 주력이 되어 5일 동안 공중에서 집중적인 화력을 퍼붓는다. 그 다음, 4일 동안에 보병이 북괴군을 완전 소탕한다는 것이다.
9일전에 앞서서 북괴 쪽에서는 3일 전쟁설을 퍼뜨린 적도 있다.
곧 남침 첫날에 서울에 진격해 들어온다. 이튿날에는 한강을 경계선으로 하여 진격을 멈춘다. 3일째에는 정전협정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3일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얘기보다도 3일 이상 전쟁이 끌면 북괴 쪽에 불리해 진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북괴가 중공이나 소련의 원조를 바라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북괴가 독력으로 1주일 이상이나 전쟁을 끌고 갈 힘은 없다고 봐도 좋겠다.
그러나 미군 쪽에서도 본국에서 오는 본격적인 증원군이 전선에 투입되기까지는 적어도 1주일 이상이 걸린다. 따라서 주한미군만으로써 북괴의 남침을 9일 이내에 물리칠 수 있다는 「쿠쉬먼」중장의 말은 우리에게는 매우 고무적이다.
전쟁은 오래 끌수록 상처는 커진다. 특히 현대전에서는 지는 쪽은 물론이요, 이기는 쪽도 상처를 견디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만큼 현대전은 파괴적이다. 어느 점에서 목가적이었던 옛 전쟁은 얼마든지 끌 수가 있었다.
「트로이」전쟁은 10년 이상이 걸렸다. 그런가하면 30년 전쟁도 있었고 백년전쟁도 있었다.
현대전에서는 세계대전이 아닌 경우에는 단기화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가장 짧았던 전쟁의 경우는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이른바 「3일 전쟁」이다.
이때 「이스라엘」이 3일만에 전쟁을 종결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이스라엘」공군의 압도적인 제공권과 「탱크」부대의 기동력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빈틈없고 완벽한 정보망이 있었던 때문이었다.
지난 71년말에 있었던 인도와 「파기스탄」의 전쟁도 14일간만에 끝났다. 그것은 인도군이 수와 무기에 있어 압도적으로 우세했기 때문이었다.
9일 단기전략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우리네 전력이 북괴를 압도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항상 임전 태세가 완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전쟁을 9일 안에 끝낼 수만 있다면 그만큼 희생이 줄어 좋다. 그렇다하더라도 전쟁이 전혀 없는 것보다는 훨씬 못하다. 결국은 가장 좋은 길은 북괴에 남침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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