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산님 우리 남편을 용서해주세요|두 자녀 손잡은 월남여인 뗘듬뗘듬|사기죄로 구속...갈 곳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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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판사님, 남편을 용서해주세요. 우리는 갈 곳이 없어요] 20일 하오 서울형사지법 김성고판사 방에 두남매의 손을 잡은 월남여인「맘·피· 흉」씨가 서투른 우리말로 노크를 하며 들어왔다.
여인은 사기죄 등으로 구속기소된 남편 허량렬씨 (36·전남순천시덕암동271의1)를 만나기 위해 순천에서 상경, 담당재판부를 찾아온 것.
「사이공」시의 턴고등학교 3학년 때 허씨와 결혼, 아들 재성군 (4)과 딸 현숙양(3)을 낳고 살다가 월남 패망 후 작년 6월 남편을 따라 난민선을 타고 한국에 온 후 줄 곧 순천의 시집에서 살아 온 「팜」여인은 돈 벌겠다고 서울간 남편한테서 3개월 간 소식이 없어 주소를 들고 찾아왔더니 이 모양이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남펀 허씨는 지난 4월부터 용산구 도동 부산여관에 묵으면서 박영효(41) 전상일 (44)씨 등과 짜고 「사우디아라비아」파견 기술자로 보내준다며 1백4명으로부터 1천3백여만원을 사취한 협의로 구속 기소됐다.
남편으로부터 송금이 끊어진 후 순천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어렵게 살아온「팜」여인은 현재 함께 난민선을 타고 온 친구「랑」여인 집 (서울용산구) 에 머무르면서 구치소에 남편 면회를 다니고있다.
남편의 친척이라고는 서울에 아무도 없고 돌봐 주고있는 친구마저 형편이 어려워「맘」 씨는 두 자녀를 데리고 살아갈 길이 막연한 형편. 남편의 죄질이 어떤것인지를 모르는「맘」는 담당판사에게 『남편 한 사람만 믿고 이국 땅까지 찾아 왔는데…남편을 풀어 함께있게해 주든지, 우리도 구치소에서 함께 살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괌」씨의 하소연을 들은 김성길판사와 이범렬변호사는 각기, 금일봉을 마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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