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0돌] 한인의사 약 처방 실태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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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한인 의사들이 처방하는 약의 가격은 전국 평균에 비해 비쌌고, 횟수도 더 많았다. 환자 입장에서는 약값 부담이 크고 오남용 가능성도 높다는 뜻이다.

정부지원 처방약 보험인 메디케어 파트 D의 2010년분 청구 11억 건 중 연간 2000건 이상을 처방한 남가주 지역 한인 의사 260명의 처방 212만6466건을 심층 분석했다.

한인 의사들의 처방약 한 건당 평균 소매가는 78.23달러였다. 같은 조건의 주류 의사들의 평균 약값 70달러에 비해 11% 비싸다. 또, 의사 한 명이 환자 한 명에게 연간 처방한 횟수도 평균 19건으로 전국 평균 11건보다 8건 더 많았다.

한인 의사 중 처방약 평균값이 주류 평균보다 비싼 의사는 118명으로 전체의 45%였다. 한인 의사 둘 중 한 명꼴로 약값이 평균보다 비쌌다는 의미다.

특히 상위 10명의 처방 1건당 평균 약값은 205.6달러에 달했다. 1위는 알함브라의 R모 가정의학전문의로 처방 건당 평균 약값은 352달러였다. 가정의학전문의들의 평균 약값(59달러)에 비해 6배 가까이 높다. 48명의 환자에게 한해 처방한 전체 약값은 74만 달러에 달했다.

한인 의사들의 처방약 값이 비싼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브랜드(brand)' 약품 선호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브랜드약은 동일한효능의 값싼 복제약인 '제네릭(generic)'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콜레스테롤 고지혈증 치료제인 '크레스토(Crestor)'의 브랜드약은 6달러 수준이지만, 제네릭은 20센트에 불과하다.

하버드 대학 보건대학원의 아쉬시 자 교수는 본지에 보낸 이메일에서 "비싼 약을 처방했다고 반드시 문제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환자 증상과 병세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다른 선택(대체약)이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는 것은 의사가 책임을 방기(abrogation)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약값과 더불어 처방전 발급 횟수는 약의 오남용 정도와 진료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LA의 B모 내과의는 2010년 한해 6만569건을 처방했다. 전국 전체 내과의 중 9위, 가주에선 2위에 해당한다. 환자 1명에게 써준 연평균 처방건은 40건이 넘었다. 이는 전국 평균의 거의 4배에 달한다.

통상 메디케어 파트 D 수혜 환자는 의사가 진료 하는 환자의 30~50%를 차지한다. B 내과의의 실제 처방건수는 최대 12만여 건에 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내과전문의협회(ABIM)는 이메일 답변을 통해 "노인환자가 많다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메디케어 파트 D로만 연간 6만 건이 넘는다면 대단히(significantly) 많은 것으로 좀 더 분석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한인 C모 전문의는 "처방전 발급 횟수가 많다는 의미를 환자수가 많았다고 분석한다면, 환자 1인당 진료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구현·구혜영 기자
그래픽= 이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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