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KKK가 홈런왕 협박 … 지금은 공화당이 오바마 발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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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크 에런

“미국이 갈 길은 아직 멀다.”

 미국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 선수인 행크 에런(80)이 자신이 홈런 기록을 세울 때와 지금을 비교하며 인종차별을 없애는 노력에 별 진전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과거 자신의 처지를 빗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에런은 1974년 4월 8일 백인 의 우상이었던 베이브 루스의 홈런 기록(714개)을 넘어서는 715번째 홈런을 터뜨렸다. 40년의 세월이 지난 8일(현지시간)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에런은 “ 루스의 기록에 근접했을 때 수만 통의 편지를 받았다”며 “인종차별 용어로 가득한 그 편지들을 아직도 다락방에 보관한 채 틈틈이 읽어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는 지금 흑인 대통령이 존재한다”며 “하지만 그 흑인 대통령은 공화당 사람들에 에워싸인 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홈런 기록을 세울 때 나를 비방하고 협박했던 사람들이 두건을 썼다면 지금 그들은 넥타이를 매고 빳빳한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 게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흑인 홈런 타자인 에런을 협박한 세력이 흰 두건을 쓴 백인 우월단체 KKK였던 것과 비교해 오바마 대통령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공화당을 비판한 셈이다.

 에런은 생애 통산 755개의 홈런을 쳤으며, 이 기록은 같은 흑인인 배리 본즈에 의해 2007년 깨졌다. 에런은 2012년 대선 당시 “만루 홈런을 치게 도와달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운동을 도왔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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