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0m산 뚫고 천수답 7만평에 도수로|"하늘만 쳐다보고 살 수 없다"|부락민이 새마을사업 벌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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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하늘만 쳐다보고 농사를 짓던 1백4O가구 농민들이 높이 10m의 산허리를 뚫기 3개월만에7백m의 도수로를 완공,7만여평의 천수답을 물 걱정 없는 수리안전답으로 바꾸어 놓았다.
경기도 시흥 군 자자면 신길3리 주민들의 피눈물나는 집념의 결실이다.
지난달 17일 피만큼이나 귀중한 물이 7백m의 산허리를 돌고 돌아 그들의 메마른 논에 펑펑 쏟아져 들어가던 날 농민들은 환성과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20일 부락 안인수씨(35)의 는1천4백 여명에 첫 모내기를 선두로 해마다 하늘만 쳐다보고 모를 내던 메마른 천수답이 23일까지 모내기를 모두 끝냈다.
신고3리 주민들의 도수로 공사는 대대로 데려오는 숙원사업이었다.
지난2월 초순 이장 김성구씨(35)와 부락지도자 김태룡씨(43)가 중심이 되어 부락회의를 열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신길 산을 뚫는 도수로 공사가 결정됐다.
부락민들이 1백20만 원을 모으고 당국으로부터 「시멘트」4백50부대·철근1t을 보조받아 공사에 착수했다. 높이 10m의 산허리를 뚫는 공사는 숱한 어려움이 뒤따랐다.
온 주민들이 가구 당 1명씩 나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산을 뚫고 또 뚫었다.
부락저수지에서 물을 7백m산 너머로 넘기려는 공사는 주민들이 짠 치밀한 설계에 따라 진행됐다.
수원지에서 양수장까지60m는 직경60cm되는 토관82개를 묻고, 양수장에서 10m의 산능선까지 5백m는 직경6「인치」짜리 PVC 「파이프」1백42개를 묻었다.
산꼭대기에서 천수답까지 1백4Om에는 직경30cm되는 토관1백59개를 묻어 각각 연결시켰다.
이와 같은 주민들의 노력이 알려지자 당국은「시멘트」1백 부대 등 자재를 추가로 지원했고 20마력 짜리 양수기1대를 배치해 주며 사기를 돋우었다.
공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을 해온 강인욱씨 등 주민들은 자신들이 이룩해놓은 도수로가 꿈만 같다고 대견해했다.
도수로공사의 성공으로 70만여 평의 수리불안전답도 큰 혜택을 보게되어 이 부락은 처음으로 물 걱정 없는 농사를 짓게 된 것.
부락민들은 그동안 7만평에서 고작 5백70가마의 쌀밖에 생산 못했으나 이제는 3배에 가까운 1천5백여 가마 생산이 가능하마면서 희망에 부풀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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