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서 '블루라이트' 쫙~ 게임하면 잠 안 온댔잖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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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 디지털기기 사용은 수면을 방해한다. 특히 스크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생체리듬을 교란시켜 불면증을 초래한다. [김수정 기자]

스마트폰·태블릿PC가 당신의 숙면을 방해한다.

직장인 남궁진(36·서울 강동구)씨는 요즘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 잠자리에 들면서 손에 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게임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다 보면 어느새 오전 2시다. 뒤늦게 잠을 청하지만 한참을 뒤척이기 일쑤다. 겨우 잠이 들지만 아침에는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디지털기기 사용이 늘면서 잠 못 이루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불면증’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잠자리에서의 디지털기기 사용이 불면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지속하면 만성불면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숙면 방해하는 ‘블루라이트’

디지털기기가 잠을 방해하는 요소는 빛이다. 잠을 잘 때 우리 몸에서는 수면유도 물질인 멜라토닌이 분비된다. 멜라토닌은 잠이 들면서 분비되기 시작해 새벽 2시쯤 가장 활발하게 나온다. 가장 깊은 잠에 빠지는 시간이다.

그런데 밝은 빛이 몸에 들어오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된다. 30분 이상 노출되면 영향을 받는다. 빛은 멜라토닌, 즉 수면과 상극이다. 특히 가시광선 중 400~500나노미터(㎚) 파장의 빛이 멜라토닌 분비를 가장 많이 억제한다. 이 빛은 푸른 빛을 띠어서 ‘블루라이트’라고도 한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거의 모든 디지털기기에서는 블루라이트가 나온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동원 교수는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하면 멜라토닌 분비가 잘 안 돼 잠이 안 오거나 늦게 온다”며 “이로 인해 다음날 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디지털불면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밤에 빛을 쬐면 뇌가 낮으로 착각해 생체시계가 조금씩 늦춰진다”고 덧붙였다.

잠 떨치는 스마트폰 … 생체리듬 교란

디지털기기가 숙면을 방해하는 또 다른 이유는 두뇌를 각성시키기 때문. 어두운 잠자리에서 휴대전화를 보면 화면에 집중하게 된다. 집중은 우리 두뇌를 각성하게 만든다. 각성도가 올라가면 자연히 불면증으로 이어진다. 몸이 잠자리를 수면하는 곳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는 “불면증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과다 각성이 문제다. 밤·침실·잠자리가 잠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이렇게 되면 몸이 헷갈리면서 잠이 더욱 방해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는 연구결과에서도 드러난다. 2011년 일본 니혼의대는 청소년 9만568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수면 방해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잠들기 전 불을 끈 상태에서 문자 사용을 한 그룹은 전화 통화를 한 그룹에 비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불면증을 겪는다고 밝혔다.

벨기에 루벤(Leuven) 가톨릭대가 1656명의 초·중·고등학생에게 시행한 연구결과(2007)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대상자의 62%는 취침 전 불을 끈 후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했는데 이들이 낮에 졸릴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2.2배에 달했다. 스웨덴 고덴버그(Gothenburg)대학 직업환경의학과는 20~24세 남녀 4156명을 1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잦은 스마트폰 사용은 스트레스 저항력을 떨어뜨리고, 수면방해·우울증상을 높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취침 1시간 전에는 손을 떼라

전문가들은 디지털불면증을 극복하려면 침실에서 디지털기기 사용을 멀리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가급적 침실 외부에 두고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스마트폰의 푸시 알림이나 메시지가 방해가 될 수 있다. 가능하면 PC, TV도 침실 밖에 두는 것이 좋다. 디지털기기는 최소한 잠을 자기 1시간 전부터 사용을 금해야 한다.

자명종을 별도로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알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취침 시 디지털기기를 멀리하는 데 방해가 된다. 신 교수는 “디지털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는 알람시계부터 사라”고 권했다.

그래도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면 침실 불을 켠 상태에서 사용하고, 소등과 함께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불을 끈 상태라면 화면 밝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그나마 도움이 된다. 윤 교수는 “디지털 불면증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고, 이것만으로도 많이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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