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주요그룹 여신한도 축소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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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들이 SK글로벌 사태 이후 국내 주요그룹들에 대한 여신한도를 일제히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그동안 꾸준히 현금보유를 늘려온 때문에 아쉬운 것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기업금융시장의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

산업은행은 SK그룹에 이어 LG그룹도 여신규모가 내부규정에 따른 동일인 여신한도(은행 자기자본의 25%)를 초과함에 따라 올해 안에 한도초과분을 단계적으로 축소키로 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해서도 현재 동일인 여신한도를 넘지 않았지만 한도가 빠듯하게 운용되고 있어 여신잔액을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한시적으로 동일인 여신한도에서 제외됐던 수출환어음(DA) 매입분이 올 들어 다시 동일인 여신한도에 포함되면서 한도를 넘어선 여신이 생겼기 때문이지만 SK글로벌 사태 이후 종합상사를 가진 재벌그룹들에 대한 몸조심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리은행도 LG.삼성그룹의 경우 DA 매입분을 여신에 포함하면서 내부규정에 따른 동일인 여신한도(한도 기준)를 일부 초과함에 따라 올해 안으로 이를 단계적으로 축소키로 했다.

외환은행도 올 들어 현대종합상사.현대상선 등 현대 계열사들에 대한 여신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으며, 조흥은행은 재벌그룹의 종합상사에 대한 여신심사와 리스크 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본사의 보증도 모두 대출금에 포함시켜 관리토록 했다.

이 같은 금융권의 움직임에 대해 해당 그룹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부채를 조금 더 갚으려고 해도 은행들이 대출을 연장해달라고 부탁할 만큼 자금사정이 좋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금융권이 돈을 운용하려면 대기업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텐데 도리어 여신한도를 축소하려는 것은 은행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홍병기.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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