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트 후드 기지, 또 총기 난사 악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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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미국 텍사스주의 포트 후드 기지에서 2일(현지시간)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 기지에선 2009년에도 총기 사건이 발생해 13명이 숨졌다. 당시 사건은 미국 내 기지에서 발생한 최악의 총기 사고였다.

 외신들은 “용의자는 이반 로페스(34) 상병으로 동료 병사와의 다툼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용의자는 총기를 난사한 후 자살했다”고 보도했다. 또 “그는 2011년 이라크에서 4개월간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우울증 등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체적·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병사들을 치료하기 위한 부상자 대기 부대에는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 2월에 포트 후드에서 근무하기 시작했으며, 범행 당시 45구경 권총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에 따르면 용의자는 권총을 들고 기지 내 한 건물에 들어가 총을 난사했다. 이후 주차장으로 이동해 차량에 올라타 총격을 계속했다. 차량에서 내린 용의자는 또 다른 건물에 침입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건물을 빠져나온 용의자는 주차장에서 마주친 여군이 총을 꺼내 대응하려는 순간 자신의 총으로 머리를 쏴 자살했다.

 군 당국은 현재 용의자의 가족과 동료들을 상대로 범행 동기 등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해 비통하다”며 “사건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육군의 제1기병사단과 보병 4사단의 본부가 있는 포트 후드 기지에는 4만5000명의 군인이 주둔하고 8900명의 민간인이 근무한다.

 이 기지에서는 2009년 11월 정신과 군의관 니달 하산 소령이 총기를 난사해 군인 12명과 민간인 1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슬림인 하산 소령은 당시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앞두고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 그는 재판에서 “무슬림을 구해야 한다는 종교적 신념으로 동료들에게 사격을 가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미 군사법원에서 사형 판결을 받았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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