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유럽공산당대회 앞두고 미묘한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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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럽」공산당대회 개최만큼 준비과정에서 진통을 겪고있는 대회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지난 1년 6개월간 「베를린」에서 11번의 준비회담을 열었지만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소련과 동구 공산당들은 이견이 없지만 말썽거리는 「이탈리아」 「스페인」 특히 「프랑스」공산당들이다. 지금까지 「모스크바」노선에 순종했던 불 공산당이 「이탈리아」 「스페인」 공산당처럼 독자적이고 민족주의적 주장과 함께 많은 이론들을 비관적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 공산당은 소련 및 동구 형제당들과 행동을 같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베를린」 준비회담의 불 공산당 대표 「장·카나파」(외교담당중앙위원)는 한 보고서를 통해 『집권중인 당과 그렇지 못한 당이 어떻게 공동목표와 전략을 수립하는가』고 반문하고 있다. 먼저 이 보고서는 소련이 제20차 당 대회의 비「스탈린」화 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하고 「모스크바」의 경화되어 가는 정책에서 완전한 독립 노선을 걷겠다는 「명백한 의지」와 「공산주의의 민족화」를 주창했다. 불 공산당의 보고서는 「유럽」의 각 공산당이 내놓은 보고서들에 대한 비판으로서 제출된 점에 중요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불 공산당은 ①만일 여타 공산당들과 공동목표를 정하려든다면 그와 같은 공동전략 수립을 거부하겠다고 재확인했다. 평화적 공존은 사회 내지 정치체제의 현상고정이어서는 안되며 「모스크바」가 추구하는 「데탕트」란 서구 자본주의 체제 안의 계급투쟁을 분쇄하는 정책일 뿐이라고 이 보고서는 주장한다.
②자본주의 내부의 계급투쟁에 대한 분석을 무시함으로써 자본주의 체제 안의 독수리와 비둘기를 분간 못하고 「지스카르」 「프랑스」 대통령을 현실주의자로 고려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③지금 서방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는 서구 공산당들이 분석해야 마땅한 것이며 자본주의 체제에 살아보지 않은 동구의 집권 공산당이 왜 손대느냐는 것이다. 「베를린」 준비회담이 마련한 이 같은 안에 대해 동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서구가 당면한 위기에 공동전략을 동구와 짠다는 것 또한 엉터리 같은 수작이라는 것이다. ④「유엔」의 규약을 준수함으로써 전쟁 위험에 대처한다는 일부 의견도 사회변혁을 불원하는 의미의 강요라는 것.
이는 당이 지배하는 동구에나 적용될 문제지 서구의 공산당에는 예외이며 국가와 당의 개념을 혼돈한 결과라는 비판이다. ⑥그래서 불 공산당이 「유럽」 공산당대회에 참석한다는 것은 공동선언문 전체를 거부하기 위해서든가, 일부만 동의하기 위한 정도의 결과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베를린」 준비회담에 불 공산당의 제안들이 다시금 돌풍을 일으킨 것은 분명하다. 소련 대표 「콘스탄틴·카투체프」는 동구 측이 중심이 되어 마련한 초안에 서구 형제당이 동의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다고 인정, 화해와 조정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소련과 동일선상에 서지 않겠다는 「형제당」들에 대해 불평이 없을 수 없으며 또 동의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떻게 이견을 축소시키고 불평을 산화해서 「유럽」 공산당들의 단결을 과시할 수 있는가…. 이것이 「모스크바」의 고민이지만 가장 원만해야할 이 길은 가장 어려운 길이 됐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럽」 공산당들의 분열을 점치기엔 시기상조다. 불 공산당도 『우리의 역할이 「모스크바」의 정책에 방해요소가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고있다. 문제는 동구도, 서구공산당도 『소련화하기 보다는 서구화가 더욱 용이하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유럽」 공산당대회는 『탈「모스크바」적인 서구식 공산주의에의 길이 가능한가?』라는 문제제기가 될 것이며 「모스크바」가 어느 선에서 동의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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