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쟁점 없는 법안' 신속처리 검토할 만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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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행 국회법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여야 합의가 없으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신속처리 요건을 재적 5분의 3 이상 의결로 정해 놓은 것이다. 이를 채우려면 다수당이 18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새누리당은 156석이다. 야당의 반대로 일부 법안 통과가 막히자 새누리당은 ‘국회마비법’이라며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야당은 국회법은 2년 전 새누리당의 주도하에 여야 합의로 통과됐으며 개정은 이 질서를 깨뜨리는 것이라며 반대한다.

 어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여야 간에 쟁점이 없는 법안은 상임위 소위 단계에서부터 ‘그린 리본’을 단 ‘그린 라이트 법’으로 정해 본회의까지 특급열차를 태우자”며 보완을 제안했다. 그는 “(이런 국회선진화법을 만든 건) 우리의 잘못이다. 여야 모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자성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국회를 다시 몸싸움으로 돌리려는 것”이라며 즉각 반대했다.

 국회선진화법은 사실상 과반수 다수당의 법안 강행통과를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폭력·몸싸움 국회 문화를 추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쟁점법안을 둘러싸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전체적으로 그만큼 여야가 합의를 추구하게 되는 것도 소득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몇몇 사례에서 보듯 여야가 합의한 법안도 다른 안건과 연계돼 통과가 막히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미방위 법안심사소위는 원자력 방호·방재법 개정안에 대해 이미 여야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방송법 개정안과 함께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법안이 의결되지 못하고 있다.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는 대부분 여야 동수여서 야당이 반대하면 표결이 불가능하다.

 정치적 쟁점이 없는 민생·안보 관련 법안은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새정치연합도 집권하게 되면 국정운영을 위해 이런 제도가 필요할 것이다. 여야는 국회선진화법의 정신과 중심 내용이 지켜지는 한도 내에서 단점을 보완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