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6) 유제두의 패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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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프로·복싱」WBA 세계 「주니어·미들」급 「챔피언」이었던 유제두선수가 일본의 「와지마·고오이찌」(륜도공일)에게 허망하게 난타당해 15회 KO패로 「타이틀」을 잃고 만것은 참으로 기막힌 노릇이다. 유제두의 세계「타이틀」은 과거 김기수선수가 가지고 있던것이며 본인이 이때의「타이를·매치」를 주선했었기 때문에 지금 느끼는 감회는 어느 누구보다도 착잡하다.
많은「복싱·팬」들은 『도대체 유제두가 이토록 허무하게 당할수 있느냐. 그동안 어떻게 훈련했기에 이지경으로 약해졌느냐』등으로 힐난하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우리는「프로·복싱」이라는 투기를 좀더 냉철히 인식하고 이 경기에 대한 보편적인 관심을 한번 정리해야 될줄로 안다.
오늘의「스프츠」가「아마」·「프로」를 막론하고 국제무대에서 국가나 민족의 명예를 등에 업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흥행이 주목적인 「프로·복싱」에 대한 한국민의 인식은 중진국답지않게 유별나다. 승패자체에만 지나치게 집착하여 승리에의 감격과 패배에 대한 비분이 너무도 극단적이다. 그래서 심한 사람은 홍수환이나 유제두의 패배를 국가적 수치라고까지 서슴없이 말할 정도다. 더우기 큰 문제는 관심과 흥분과 열정의 뒤끝이 없다는 것이다. 선수가 이기면 환호하나 지고나면 혹독하게 매질, 그러고는 그만이다. 그런가하면 후원회라는 것도 기형이다. 유제두의 경우도 그랬지만 꼭 우승하거나「챔피언」이 되고나서야 뒤늦게 후원회가 생겨 본말을 전도시키는 느낌이다. 후원회란 미국·일본과 같이 유망신인이 나왔을때 정상탈취의 목적으로 뜻있는 사람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유제두 패배의 큰 원인으로 실력과 전략미비를 꼽고있다. 선수와「코치」는 제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한마디로 역부족급이였다. 이는 또한 작년6월 유제두가「와지마」를 짓눌렀던 것과 입장만 바뀌었지 똑같은 「해프닝」이다. 4각의「링」안에서 벌어지는 승부의 세계란 으례 이런것이다.
때문에 「프로·복싱」의 관객은 어설프게 과열된 민족의식보다는 제한된 장소안에서 두 인간이 두주먹을 이용, 힘과 「스피드」와 지략의 우열을 가리는 그 과정을 즐기는데서 묘미를 찾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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