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엔 금고·손수레 가져도 세금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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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누구나 내기 싫어하는 것이 세금이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납세자들이 수긍할 만한 명목을 찾아 세금을 부과한다. 최근 서울시가 발간한 '지방세정연감'의 세목(稅目)과 세수(稅收)를 살펴보면 시대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지방세는 1949년 12월 22일 지방세법이 공포되면서 도입됐다. 세목은 요즘의 주민세와 재산세에 해당하는 호별세(戶別稅).가옥세(家屋稅)를 포함해 모두 21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당시 음식점.다방.여관에서 술을 마시거나 사진현상.복사.이발 등은 '특별행위'로 취급받았다.

요금의 일정비율을 '특별행위세'로 부과, 업주가 내야 했지만 부가가치세 성격을 갖고 있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세수도 만만치 않아 51년 서울시 지방세 총 수입 57만원 가운데 특별행위세가 26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금고(金庫)를 보유한 개인이나 기관이 금고 면적에 따라 내야 했던 금고세도 눈길을 끈다. 당시에는 돈이 귀해 금고에 보관할 정도로 돈이 있는 사람은 세금을 내야 했다.

또 당시 차량세(車輛稅) 부과 대상에는 손수레와 승용마차.인력거 등이 포함됐다. 요즘 승용차 만큼의 기능과 가치를 보유한 물품으로 간주된 셈이다. 또 접대부나 댄서를 고용한 업주는 접객인세(接客人稅)를 물었다.

지방세를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 51년의 세입은 75만2천원. 화폐가치에 차이가 난다지만 시민 1인당 담세액이 74만원인 요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54년 세입이 1억원을 넘었고 61년 10억원, 69년 1백억원, 76년에 1천억원을 차례로 돌파했다. 특히 올림픽이 열린 88년에는 처음으로 지방세 수입이 1조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는 모두 7조6천억원이 걷혔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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