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니언」의 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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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D·모이니언」이 주「유에」미국대사직을 사임한 이유는 아직 수수깨끼로 남아 있다. 1백44개국이 모인 「유에」의 무대에서 독특한 연기(?)를 보여 주었던 그의 사임은 미국내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의 「유에」주재대사 「아이보르·리처드」는 그를 「와이어트·어프」에 견준 일이 있었다. 「어프」라면 『O·K목장의 결투』라는 영화에도 출연한 미국 서부의 유명한 총잡이. 그는 어떤 대상이라도 거침없이 속사로 해치우는 명수이기도 했다. 그에겐 또 다른 하나의 별명이 주어졌는데 그것은『미친「리어」왕』이었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 중 하나에 등장하는 인물로 효성이 지극하고 순정적인 딸을 집에서 내쫓는 등 정신착란환자였다.
「유엔」무대에서의 「모이니언」의 퇴장은 물론 비극은 아니다. 그자신의 말을 인용하면 「하비드」대학의 교수직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의도인 것 같다. 아직 계약임기가 1년이나 남아 있으니까.
그가 「유엔」에서 서부의 명사수로 불리운 것은 까닭이 있다. 이른바 1백여개국이 떼거리를 이룬 제3세계의 선풍에 맞서서 자기 위치를 지킨 때문이다. 때로는 정말 기발한 구두탄도 발사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다.
그는 언젠가 「우간다」의 「이디·아민」대통령을 가리켜 『민족차별주의 적인 살인자』라고 극언한 일이 있었다. 「아민」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모이니언」이 바로 외교관의 신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상도 못할 발언이다.
그는 「시오니즘」을 반대하는 「유엔」의 결의안을 『추악한 문서』라고 비난한 일도 있었다. 최근엔 화살을 국무성으로 돌러 「관료세력」들이 「유엔」에서의 자신의 노력을 헐뜯는다는 전문을 전세계의 미국 공관에 보냈었다. 「모이니언」에 비판의 소리가 없을 수 없게 되었다.
우선 국무성안의 고급관리들은 얼굴이 뜨겁게 되었다. 그러나 반면 그의 주장이나 행동이 미국시민들에게 대체로 심리적인 통쾌감을 주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70%나 된다는 여론조사까지 있었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에서는 정당한 것이 최선은 아니다. 정치적인 기교가 없는 정당성은 적어도 정치의 세계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그를 한때 깊이 신뢰했던 「포드」나 「키신저」이지만, 그들의 한계는 역시 정치 속에서의 신뢰이다.
「모이니언」은 「포드」나「키신저」가 난처해지기 전에 자신이 물러나자는 결단을 내린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눈에 한가지 흥미 있는 것은 『소신 있는 정치인』의 멋있는 연기이다. 그는 과연 명배우의 소질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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