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특보가 동창회 간부자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대통령이 다양한 의견을 듣고 국정 운영에 참고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시정(市井)과 격리된 청와대에서 생생한 현실과 비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질 수록 좋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동지들을 특보로 임명하려는 구상은 문제가 많으니 철회하는 것이 옳다.

청와대는 무보수 명예직의 특보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그 이유는 盧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아무 직책없이 이런저런 역할을 하다 보면 비선이란 오해를 살 수 있고,직함이 없으면 청와대 출입에 불편하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공직이 무엇인지 기본조차 모르는 엉뚱한 발상이다. 국가기관의 행위는 국가의 행위로 간주되며 그래서 국가기관 구성원의 자격.권한.책임.보수 등은 법률로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그런데 무슨 동창회 간부자리 만들듯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청와대에 무보수 명예직 특보를 둔다니 그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청와대는 장관급 위원장 4명을 제외하고도 장.차관급만 13명을 두어 역대 정권 중 최다의 인원인데 여기에다 명예직 특보까지 또 만들겠다고 한다.

만일 대통령이 꼭 필요한 인물이면 정식 직제에 포함시켜 활동하게 해야지 명함 한장 박아 들고 다닐 수 있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구상은 또 공식 참모조직과의 갈등과 혼선을 빚을 소지도 있다. 대통령과 막역한 인사들이 특보자격으로 바깥에서 휘젓고 다닌다면 필경 무성한 뒷말을 남길 것이다. 정부의 모든 일은 법의 근거 위에 이루어져야 한다.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바로 초법이며 인치인 것이다. 꼭 필요하다면 정식으로 인원과 예산을 뒷받침하여 일을 할 수 있게 만들든지, 아니면 계획을 백지화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