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남서쪽 140㎞ … 중국판 세종시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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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국 수도 베이징의 행정업무 일부가 허베이(河北)성 바오딩(保定)시로 옮겨갈 전망이다. 바오딩시가 행정도시 기능을 일부 맡는 ‘허베이성 신형 도시화 계획’이 확정됐다고 중국 관영 신화사가 27일 보도했다.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140㎞ 떨어진 바오딩시를 중국의 ‘정치 부(副)중심’으로 개발한다는 의미다.

 중국판 ‘세종시’ 소식에 부동산 투기 세력이 먼저 움직였다. 법제만보는 지난 주말 바오딩의 신규 단지 수백 채를 베이징 번호판을 단 고급차를 타고 온 4명이 싹쓸이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들어 바오딩시의 부동산 가격은 10% 이상 폭등했다.

 바오딩 개발 소식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좌담회로부터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2월 26일 베이징·톈진·허베이(京津冀·징진지) 발전 좌담회를 주재한 시 주석은 중국의 수도권 일체화를 지시했다. 심각한 스모그 퇴치를 위해 지역 이기주의에 따른 난개발을 막고 대기오염 방지 방안을 함께 세우라고 강조했다.

 신형도시화는 시진핑 정부의 중요 발전동력이다. 지난 17일에는 ‘국가신형도시화계획(2014~2020)’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상주인구 기준 53.7%인 도시화율을 2020년까지 60%로 높이는 전략이다. 반면에 인구 500만 명 이상 도시의 인구 증가는 엄격히 통제된다. 정치도시 바오딩을 만드는 이유다.

 26일 스자좡(石家莊)에서 허베이성의 ‘신형도시화 추진회의’가 열렸다. 성 차원의 후속책을 수립하는 자리에서 저우번순(周本順) 당서기는 도시화를 추진해 인구 유출을 막고, 인구 흡인력을 키워 베이징과 톈진의 과밀인구를 흡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행정중심도시 건설 계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49년 신중국 수립 직후 량치차오(梁啓超)의 아들인 건축가 량쓰청(梁思成)은 베이징을 문화 고도로 보존하고 서쪽에 행정 신도시를 건설하는 안을 마오쩌둥에게 제출했다. 마오는 소련 자문단이 제출한 크렘린궁을 중심으로 환상(環狀)으로 뻗어가는 모스크바 방식의 수도 건설 방안을 선택했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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