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이택근 될성부른 루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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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는 말이 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지난해 월드컵축구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이 유행시킨 '멀티펑션(multi-function) 플레이어'와 비슷한 말이다. 26일 삼성-현대의 시범경기가 열린 수원구장에 또 한 명의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눈에 띄었다. 올해 현대에 대졸 포수로 입단한 이택근(사진)이 그 주인공.

시범경기 두 경기째 1루수로 출장한 이택근은 경기 전 연습 때부터 1루 베이스를 끼고 뒹굴었다. 양다리를 찢는 포구동작 훈련은 포수의 투구 블로킹 훈련 못지않게 신인 이택근의 숨을 가쁘게 만드는 듯했다.

올해 대졸 신인 최고액인 계약금 2억5천만원을 받고 데뷔한 이택근이 전공인 포수 미트를 버리고 1루수로 나선 이유는 프로 1년 선배이자 라이벌 강귀태 때문이다.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강귀태는 사실상 현대의 주전포수로 낙점된 상태다. 그렇다고 이택근을 마냥 백업포수로 남겨놓기엔 그의 타격 재질이 아깝다는 게 현대 김재박 감독의 평가다.

이택근은 7회초 자신의 머리 위를 넘는 삼성 김한수의 강한 직선타를 껑충 뛰며 잡아내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8회부터는 본업인 포수로 돌아오기도 했다. 이택근은 2-1로 앞선 6회말 선두타자 안타를 치고나가 대량 득점(4점)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이택근의 변신은 시범경기라서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포지션에 터줏대감이 버티고 있는데 마냥 내일을 기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신인 이택근의 변신은 아름답다.

수원=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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