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원|김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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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가슴 복판을 내리는 눈물
무섭고 험한 곳에서 눈물은 미덥지 않다.
종말을 지키고 섰던 육체 하나로
바람은 죄다 막을 수 없다.
젖은 포기마다 흐북히 스며든
비의 그 기름진 분해
비만 와도
아득했던 소식들은
무감각한 장미다발로 피어나
바람과 더불어
잠깬 채 흔들린다.
더욱 싱싱하고 팔팔한
물고기 비늘을 달고
지나간 모든 일들은 새로와지는 법이다.
길고 부드러운 파도의 등허리를
간단히 웃어 넘는 장미의 입술.
나이프의 빛이 번져올 때
장미가 성장했던 평일의 체온은
벌써 확실한 꿀물로 흐르고 있었다.
돌아가는 기계의 톱날마다
맞물린 강의 그 환한 진실.
기침소리 하나로도
삭아 있던 저택은 가볍게 흔들린다.
잎잎에 젖어 있던 당신의 언어가
물방울 가운데 완전히 떠 있다가
은은한 빛으로 발견되어야 한다.
아침을 마시고 자라기 위해
굴함이 없는 자의 근육이 잠들 때도
비는 내리고 그 속을 헐고 섰는
장미다발의 건강한 웃음.
저리도 밝은 시선을 뚫고 나와
새로운 거리로 몰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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