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정통성 회복만이 통일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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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족사의 정통성과 통일 민족사의 좌표』를 주제로 민족 통일 촉진회(회장 문종두)가 주최하는 「세미나」가 지난 5일 동회 회의실(종로2가 「파고다·빌딩」)에서 열렸다. 서울대 최창규 교수(정치학)는 『양분된」한민족의 통일에는 5천년 민족사의 창조력을 담을 수 있는 역사의식이 선행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경우 통일은 현실적 개념이기 이전에 역사적 개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통일 민족으로서 1천 수백 년을 살아온 우리의 민족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5천년 한민족사는 만 민족이 찾아야 할 가장 값비싼 주체 가치, 즉 민족적 자기 신원(National Identity)이 되는 것』이라고 최 교수는 주장했다.
우리는 5천년 민족사를 잃어야 했던 역사의 쓰라림을 일제 36년이라는 민족사 최대의 비극으로 이미 체험한바 있다.
최 교수는 『이 가혹한 역사적 체험에서 볼 때 역사의 주체로 자기 역사를 다시 찾는 역사의 회복은 우리들이 소망하는 광복 민족사의 최종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광복 민족사에는 이제까지 통일이 전제되지 않았던 「준광복」의 상태를 벗어버리고 통일을 실천하는 진정한 광복이 소망스러운 것이다.
최 교수는 『민족사의 정통성은 본래 민족이라는 역사 주체로 하여금 각기 역사 속에서 가장 올바르게 주체 노릇을 하게 하는 최대의 규범이며 효율의 논리라고 말했다. 따라서 다시 찾은 역사 위에 통일된 주체로 민족을 회복시키지 못한 오늘의 분단 현실은 민족사 정통성의 최대 위기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분단된 현실은 어느 것이 민족사의 올바른 주인인가를 가려내야 하는 민족사 정통성의 대결이 야기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의 역사는 정통성과 이질성이 병렬될 수 없는 문화적 성격 때문에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 같은 정통성의 대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민족의 창조력이 민족사의 올바른 주인으로 확립될 수 있도록 역사의식을 통해 민족사의 좌표가 성립되어야 할 것이다』고 결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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