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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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8월에 59개국 대표들이 모인 국제영양학회의가 있었다. 여기서 『온 세계가 지금의 미국처럼 식량을 생산한다면 세계의 석유는 14년 후면 없어진다』고 회고한 미국의 교수가 있었다.
이 교수에 의하면 l백km의 식물단백질을 먹은 동물에서 나오는 단백질은 우유의 경우 31kg인데 우육은 6kg 밖에 안된다. 그런데 가축들은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의 30%를 먹고있다. 따라서 동물단백질을 줄이고 식물단백질을 늘리지 않으면 앞으로의 인구증가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배부른 나라의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나라에서는 줄여야 할만큼 동물단백질이 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동물단백질을 만들어내야 할 판이다. 동물단백질의 절대부족량을 채우기 위해서다.
이것도 사실은 맞는 얘기는 아니다. 해방 등이나 6·25 이후의 세대의 체격이 그 이전의 세대보다 좋아진 것은 쇠고기 덕이다.
그런 쇠고기를 많이 먹을 수 없으니까 쌀로나 배를 채우자는 것이다. 그런 쌀마저 해마다 사먹기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에 이르러 쌀값이 또 오르기 시작했다. 쌀 출하도 주춤하고 있다. 통일쌀의 시중 시세가 일반미보다 3, 4천원이나 싼 때문이라고 한다.
시민들 쪽에서 보면 쌀값은 그동안 엄청나게 뛴 셈이다. 10년 전에 비기면 6·2배나 올랐다. 여기 비해 보통 물가는 3·6배 밖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농민 쪽에서 본다면 수매가격 가마당 1만 9천 5백원의 쌀값으로는 수지가 별로 맞지 않는다. 6배 이상이나 올랐다지만 그것은 10년 전의 미가정책이 엉망이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더욱이 지난 한해동안을 따진다면 일반물가는 45%나 올랐는데 비해 쌀값은 38%밖에 오르지 않았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1년 동안에 농약값은 30%가 오르고 비료는 65%나 올랐다. 농촌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올려 받으려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쌀값이 비싼 것이 아니다. 쌀을 마음놓고 사먹을 수 있을 만큼 도시인들의 수입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사람은 뭣으로든 배를 채우려 한다. 우리네는 쇠고기로 영양을 섭취할 여유는 물론 없다. 그렇다면 아무리 비싸도 쌀은 사먹어야 한다. 쌀의 절대량이 모자라는 것은 아니다. 지난 여름부터 농수산 당국자들은 그런 걱정일랑 말라고 일러왔다. 5천만의 인구가 배를 굶주리게 만들 턱도 없다.
이 회의에서 어느 발표자는 이렇게 말했다. 『개발도상국은 식량도 모자라지만 구매력도 모자란다. 따라서 필요최저량을 배급제로 하거나 특별히 싼값으로 잘사는 나라에서 쌀을 제공받는 방도밖에는 없을 것이다.』
꼭 우리 나라를 두고 한 말 같게만 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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