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진료비 100만원 첫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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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진료비가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어섰다. 2003년만 하더라도 44만원 남짓하던 진료비가 10년 새 약 130% 오른 것이다. 진료비 급증 현상은 노인인구 증가와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진료비 총액은 늘었지만 동네의원의 진료비 수입은 줄고 있다.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3년 건강보험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한 사람이 쓴 진료비는 102만2565원이다. 여기서 진료비란 병원·약국 등을 이용할 때 환자가 지불하는 부담금에다 건강보험공단이 병원과 약국 등에 지급한 돈을 합친 금액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는 제외한 액수다. 지난해 건강보험 적용 인구 4999만 명의 전체 진료비는 50조9541억원(환자 부담 12조83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는 39조319억원(평균 78만3306원, 직장가입자는 회사 부담금 포함)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의 비중이 가장 컸다. 18조565억원으로, 전체의 35.4%를 차지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연간 314만5908원(월 26만2159원)으로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1인당 평균 진료비(연 102만2565원, 월 8만5214원)의 3배를 넘었다.

 이른바 ‘빅5’라 불리는 대형 대학병원 환자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대·세브란스·서울성모 등 5개 대형 대학병원이 가져간 진료비만 2조7880억원으로 전체의 5.5%였다. 2003년(4.5%)보다 1%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요양병원은 0.3%에서 6.2%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반면 동네의원은 28.7%에서 21%로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동네의원(치과·한의원 제외) 한 곳당 진료비 수입은 3억7700만원으로 전년보다 1.2% 증가에 그쳤다. 대형 대학병원 5곳은 8.8% 늘었다.

 주원석 건강보험공단 통계분석부장은 “노인 인구 증가로 만성질환자 수가 늘어난 것과 진료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대형 대학병원에 환자가 몰린 것이 진료비 증가로 나타났다”며 “베이비부머(1955~63년생)들이 노인 인구로 편입되는 10~20년 후엔 진료비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료비 증가에도 건강보험 재정은 3년 연속(2011~13년)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누적 적립금이 8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현경래 부연구위원은 “노인에게 나가는 건강보험 진료비가 2017년엔 24조원을 넘고, 2026년엔 62조5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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