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의 치부 날카롭게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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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얼른 정통적인 서부 영화를 연상케 하지만 서부 영화와는 거리가 먼 번화한 「뉴요크」밤거리의 이야기. 『달링』으로 명성을 떨친 영국의 「존·슐레진저」 감독이 상업 영화의 본바닥인 미국에 진출, 처음으로 제작·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그 소재가 이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선 흥미를 끄는 작품이다.
우리 사회의 경우로 보면 돈 없고 배우지 못했으되 다만 건강한 육체를 소유한 한 청년의「무작정 상경」-. 그릇 닦기의 직업을 가진 「텍사스」 사나이 「존·보이트」가 성적 매력만을 무기로 부와 영광을 차지하기 위해 「카우보이」 차림으로 용약 「뉴요크」에 뛰어들어 우연히 알게된 역시 빈민 출신의 절름발이 사기사 「더스틴·호프먼」을 「매니저」로 사교계를 누빈다는 줄거리. 전체적으로 경쾌한 「템포」로 간혹 「코믹」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이 영화가 지닌 깊은 뜻은 현대 미국 사회의 치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다. 「더스틴 호프먼」은 『졸업』에서 보여 주었던 성실한 청년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한 사기꾼의 역할을 거의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연극·TV 출신의 「존·보이트」 역시 짜임새 있는 호연으로 「스타덤」에의 발판을 굳혔다. 「아카데미」 작품·감독·각색상 수상. 원제도 Midnight Cowboy.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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