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측 안보, 민주당은 통일 … 새정치연합 정강정책 순위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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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통일’과 새정치연합의 ‘안보’가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창당발기인대회를 마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이번엔 정강정책(政綱政策)을 놓고 신경전이다. 특히 대북정책에서 민주당은 통일에 힘을 싣는 반면 안철수 측 새정치연합은 안보와 투명한 대북 지원을 강조해 주장이 갈리고 있다.

정강정책은 야권 통합 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적 지향과 노선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이번 창당 과정의 핵심으로 꼽힌다.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은 안보를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색깔을 신당에 짙게 칠하려는 생각이지만 민주당으로선 보수색 짙은 안보를 정강정책 전면에 내세웠다가 정체성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안 위원장은 17일 회의에서 “창당 일정도 중요하지만 내용을 제대로 채우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공개토론회도 열고 밤샘 끝장토론도 불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측은 이날 오전 A4 용지 17페이지 분량의 정강정책 안을 민주당 측에 건넸다. 이를 검토한 민주당 변재일(정강정책 분과 민주당 측 위원장) 의원은 “안 의원 측 안보관이 오히려 우리보다 못하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논리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날 안철수 의원이 발기인대회에서 “매카시즘적 색깔론은 경계하되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정강정책에 반영할 내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측 관계자는 “그건 그쪽 생각이고 충분한 토론과 충실한 작업이 최우선”이라고 물러서지 않을 방침이다. 특히 새정치연합 측은 정강정책에서 안보를 통일이나 외교 파트보다 먼저 언급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이는 ‘통일→외교→안보’ 순서로 돼 있는 현 민주당의 정강정책과 차이가 있다.

 새정치연합 측 정강정책 분과 위원인 박원암 홍익대 교수는 “안 의원이 평소 안보를 많이 강조하고 있다”며 “(표기 순서에서) 안보를 (외교나 통일보다) 제일 먼저 놓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다른 새정치연합 측 위원 역시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모두 정강정책에 남북 평화와 북한 인권을 담고 있어 단어로만 차별화를 하긴 힘들지 않느냐”며 “안보→외교→통일 순 등으로 형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벌써 민주당 일각에선 “신당의 강령, 당헌이 진보의 가치를 담지 못하고 후퇴하는 것이라면 무슨 수로라도 막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통합 신당이 명실상부 ‘중도노선’의 정강정책을 선언할 경우 친노 강경파 세력을 중심으로 한 노선 투쟁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소아·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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