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협, 이만하면 됐으니 휴진은 철회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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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와 의사협회가 원격의료 시범사업 등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6개월 시범사업을 한 뒤 양 측이 평가해 법률에 반영하기로 했다. 의료법인 자(子)회사 문제도 의협·치과의사협회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만들어 해법을 찾기로 했다. 양측이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어 파국을 피할 전기가 마련됐다. 다만 의사협회 회원 인준 투표가 남아 있어 여기서 혹시 뒤집히지 않을까 국민이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합의에는 원격의료뿐만 아니라 의료계의 숙원이 많이 담겼다. 건강보험 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공익위원 구성 개편, 수가 협상 결렬 후 재협상을 담당할 조정소위원회 도입 등이다. 특히 이번 집단휴진 사태의 핵으로 떠오른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과 관련한 대책이 대거 들어갔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주당 100시간이 넘는 전공의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는데, 이것도 유럽(48시간) 등 선진국 잣대로 과도하다. 이번에 더 줄이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를 사용자인 병원협회가 주도했는데, 앞으로 독립적 평가기구에서 담당하기로 한 점도 마찬가지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하루아침에 안 된다. 대체인력이 있어야 하고 의사의 90%를 차지하는 전문의를 줄여나가야 하는 등의 종합대책이 들어가야 한다.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전공의들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상황을 냉정히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동네의원도 전공의도 이만하면 됐다. 의료제도 문제점을 충분히 알렸고 대안을 찾기로 했으니 20일까지 진행되는 투표에서 혹여 엉뚱한 결론을 내서는 안 된다.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도 전공의들을 선동한 원죄가 있으니 이번에는 이들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난달처럼 협상 결과를 이번에도 뒤집는다면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도 이번 원격의료 파동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실체가 불분명한 의료산업 육성 목표에 매몰돼 현실성 없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