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학살일기 공개|관동화재때 일군인, 한책자에 수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53년 전인 1922년 일본의 관동대진 때 한국인 학살에 출동했던 한 일본군인이 당시 한국인학살상황을 적은 일기가 최근 공개됐다.
수기형식으로 된 이 일기는 최근 발간된『관동대지진과 조선인학살』이라는 책에 수록된 것으로 당시의 일본군인에 의한 한국인 학살을 적나라하게 폭로해주고 있다. 일기의 주인공은 당시야전중포려단에 소속했던 1등병으로 현재 「지바껭」(천엽현)겸곡시에 거주하고 있는데 금년 74세로 이름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이 일기에서 중대장이 부하들에게 한국인을 살해한 것을 꿈에서라도 누설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을 비롯, 한국인 학살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다음은 이 일기중 한국인 학살에 관한 부분이다.
▲9월3일 (비)
상오 1시께 집합명령이 떨어졌다. 동경에서 지진을 틈타 조선인이 나쁜 행동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삼팔기총을 들고 권총에도 실탄을 장전, 말도 타고, 또는 도보로 동경부하대도로 출동했다..
지방민들은 조선인처럼 보이기만 하면 부문곡직하고 대노상이든 가리지 않고 아무데서나 살해하고 시체를 강에다 던지는 것이었다.
내가 언듯 본것만 해도 20명, 4명, 8명씩 무더기로 살해되고 있었다.
▲9월4일 (맑음)
밤 11시께 「이시이」(석정) 군조가 부대로 돌아왔다. 그의 말에 따르면「지바」·(간섭) 쪽에서도 조선인을 많이 살해했다는 것이다.
▲9월5일 (맑았다 비)
고향의 「이께다」(지전희태낭)옹이 면회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선교 외 지방민들이 많은 조선인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일본사람들이 조선인을 무참하게 학살하는 것은 조선인의 반감을 살 것 같다. 조선인의 학살은 지방의 재향군인 청년단이 무지막지하게 한 것이 아닌가. <외신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