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유괴는 막을 수 있다(7)|유형별로 살펴본 동기와 방지책|피해가족들의 소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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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없기를…』
지난 7O년12월11일 서울영등포구영등포동6가18에서 유괴된 뒤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사를 알 수 없는 최현우 군 (당시5세)의 어머니 조정숙씨(35) 는 순간적인 실수가 평생의 한이 될 줄을 몰랐다면서 요즘 곳곳에서 일고있는 어린이보호「캠페인」이 계속 번져 더 이상 천진한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희생물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하고있다.
지난 69년 이후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떠들썩했던 어린이유괴사건 가운데 아직도 범인을 잡지 못한 주요미제사건은 지난8월 부산의 준일군과 현정양 유괴사건을 포함, 모두12건.
이 가운데 7O년10월 인천에서 유괴됐던 남태민군(당시5세)만 유괴16일만에 극적으로 살아돌아왔을 뿐 부산의 준일군 등 4명은 시체로 발견됐고 나머지 7명은 아직도 생사불명인 채 가족들의 안타까움만 더하게 하고 있다.
『언젠가 살아 돌아오려니…』 이들 피해가정들은 어느 누구할 것 없이 멍든 가슴속에나마 안타까운 기다림을 간직한 채 긴 하루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9월4일, 서울동대문구이문동346의101 집 앞서 놀다 유괴당한 이종찬군(당시5세)의 가족들은 유괴된지 꼭 1년이 지난 지금도 종찬군이 어디선가 살아돌아올 것만 같다고 믿고있다.
어머니 최희선씨 (32)는 매일 새벽 장독대위에 정화수를 떠놓고 아들의 무사생환을 위해 치성을 드릴 뿐 아니라 끼니때마다 종찬 군의 작은 밥그릇에 밥을 담아 함께 식사를 하기도.
『자식을 유괴당한 부모의 마음이야 누구나 같겠지만 부모가슴에 이렇게 아픈 못을 박다니…마지막으로 유괴범의 양심에 호소하고싶다』는 게 최씨의 소망이었다.
최씨는 또 『모든 게 어미의 잘못일수밖에 없지만 대통령까지 유괴범을 뿌리뽑으라고 엄명을 하고 당국이 유괴범검거에 열을 올리는 마당이니 우리애도 찾았으면 한이 없겠다』고 울먹였다.
종찬군 유괴후 최씨 가정은 할아버지가 상심 끝에 졸도, 반신불수가 됐고 유괴당시 함께있던 외할머니 송희원씨 (62) 는 한때 실성, 지금껏 병원에 다니고있는 등 온통 불행의 연속이었다.
이 같은 사정은 현우군 집도 마찬가지. 아버지 최순일씨(39)는 현우군 유괴사건 뒤 아들을 찾아나서기 5년, 가산을 모두 날리고 지금은 삭월세방을 전전하다 처가의 방한간을 얻어 살고있다.
현우군 부모는 전남광양군진상면긍암리에 살던 정순기군(11)이 현우군을 닮았다해서 확인소동을 벌였던 지난 여름이후 더욱 현우군 생각이 간절, 아픈 가슴을 달래지 못하고 있다. 꿈처럼 기뻐 온가족이 들떴던 그때의 흥분과 곧바로 찾아든 절망으로 또 한번 뼈를 깎는 고통을 겪어야 했던 것. 그러나 아직도 살아 돌아오리라는 기대는 버릴 수 없어 가끔 현우군이 입던 옷과 신던 구두를 손질하고있다.
자식을 잃은 고통으로 비탄의 나날을 보내고있는 이들 가정은 자식의 무사생환을 비는 한편 또다시 이 같은 불행이 다른 가정에 번지지 말아야한다고 당부한다.
당국의 범죄예방을 위한 경찰기능강화, 범죄요인 근절을 위한 사회풍토조성도 중요하지만 유괴사건에 관한한 내 자식, 남의 아이 가리지 않고 어린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이에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신종수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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