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력 아쉬운 한국선수|세계 마라톤 제패 39년 맞아 손기정씨는 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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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9일은 지난 1936년 제11회「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선수가「마라톤」을 제패한 이래39년이 되는 날이다.
39년 전 이날 손선수는 당시 처음으로 30분의 벽을 뚫고 2시간29분19초의 세계최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환갑이 넘은 손기정씨(62)는 『그때의 감격은 이제 반세기가 가까와 오지만 아직도 어제일 같다』며 감개무량해한다.
한국인이면서도 일장기를 달아야만했던 당시의 비애는 모든 한민족의 슬픔이었다.
그러나 손기정씨는 해방 된지 4반세기가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후배들이「올림픽」에서「마라톤」종목을 한번도 제패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마라톤」은 42·195km를 자신의 의지와 처절하게 싸우며 달려야하는 고독한 경기.
『요즈음 선수들은 정신력이 우선 부족한 것 같다』-. 손씨는 당시의 한국인들은 뜀뛰기에서라도 일본인을 이겨야겠다는 목적의식이 있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한국「마라톤」부진의 첫째 이유는 선수층이 너무 얇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젠 어릴 때부터 인기 구기 종목에만 쏠리며 힘이 들고 재미없는 육상종목은 마다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는「마라톤」뿐만 아니라 육상중흥은 국가의 경책적인 뒷받침 여하에 달려 있다는 것이 손기정씨의 지론이다.
또 육상인구 저변확대와 더불어 과학적인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마라톤」은 52년「헬싱키·올림픽」서「자토펙」이 2시간23분3초2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이래 60년「로마·올림픽」서는 맨발의「아베베」가 2시간15분16초2를「마크」하면서 종래의 지구력의 경기를「스피드」의 경기로 바꾸어 놓았다.
69년 호주의「클레이튼」이 2시간8분33초6의 경이적인 기로을 수립하면서부터는「마라톤」도 단순히 중거리 경기의 연장으로 되게됐다.
지난해 2시간16분대까지 끌어올려진 한국「마라톤」은 금년에들어 다시 20분대 밖으로 처졌다.
조낙의 길을 계속 걷고있는 한국「마라톤」을 되새겨보는 손씨의 눈길은 어딘가 아쉽기만 한 듯 했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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