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주부도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상습적으로 도박판을 벌여 온 가정부인들이 또 경찰에 잡혔다. 대낮에 몇 백만 원의 판돈을 가지고 도박하다 들킨 이들은 거의가 주부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서울 시내에는 가정 주부들을 상대로 하는 30인조 도박단이 11개나 더 있다는 것이니 실로 통탄할 사회풍조의 한 단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부인네들 가운데 광범하게 번지고 있는 도박 풍조는 이제 한국사회의 드러난 치부의 하나로서 오늘날 이 사회구조가 낳은 병적 증후가 가장 해학적으로 표시된 현상이라고 함이 옳을 것이다.
사업인, 혹은 공무원의 부인들이 이 같은 도박으로 소일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럴수록 이들 가정 안에서의 기풍이 어떠하리라는 것과 그들의 정상적인 수입과는 턱도 안 닿는 수입원이 무엇이겠는가를 궁금하게 하지 않겠는가.
이번의 경우에도 남편들이 사업상 이유로 외국에 나가 있거나 출장이 잦은 틈을 타서 노름판을 전전한 부인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연령으로 봐서 30∼40대인 이들은 노름판에 나도는 동안 틀림없이 자녀들을 식모나 가정교사에게 맡겨 두고 가정을 보살피는 주부의 책임을 내동댕이쳐 버렸다고 할 수 있다.
자녀를 버리고 가정을 등진 이들 주부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결국 남편과 그 자녀들까지를 패가망신의 구렁으로 몰아 넣고 사회 전체의 부도덕을 조장하는 죄악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란 어린이들이 문제아가 되고, 사회악에 물들어 마침내 범죄자로 전락하여 사회를 파탄케 하는 것임을 상기할 때 어머니들의 책임은 실로 막중한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들의 낭비와 부도덕이 남편들의 부정을 유발하고 마침내는 사회를 부패시키는데 큰 몫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물며 이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풍요한 삶을 구가하는 계층의 부인들이 스스로 사회적 연대감을 허물고 퇴폐적 분위기를 조성해 가는 것을 보면 누군들 한심함을 금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이 사회에는 자녀의 등록금을 마련 못 해 자살하는 어머니가 있고 교통 순경에게 쫓기면서 시장의 이곳 저곳으로 전전하는 행상 아주머니들도 있다.
이번 사건이 시사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정당한 방법에 의하기보다는 부정한 수단으로 욕된 재산을 축적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많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선량한 시민들을 우롱이라도 하듯 앞장서서 사회기강을 해치고 윤리감을 파괴하는 작태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 사회에선 어느 누구도 이들만을 가리켜 욕설을 퍼붓고 돌팔매질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사회 전체에 가득 찬 구조적 부패와 사회윤리의 붕괴현상에 대해서 공동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회에 다시 강조되어야 할 것은 이 사회의 이른바 상층 인사들에게 주어진 시간과 재력을 어떻게 유효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사회교육의 필요성이 전반적으로 절실하다는 것이다. 순전히 교육적인 동기를 떠나서라도, 오늘날 너무도 등한시되고 있는 사회교육의 필요성은 도덕적 부패야말로 국가를 위태롭게 한다는 역사의 교훈에 비추어 서로 깊은 음미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