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뒤늦게 "짝 촬영분 전량 달라" SBS "사생활 침해 검토한 뒤에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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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짝’ 출연 여성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부랴부랴 SBS에 관련 촬영분 전부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이 SBS에 영상 자료를 정리(편집)한 뒤 보내달라고 해 증거인멸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본지 보도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이번엔 SBS가 사생활·개인정보 노출 등을 들어 전량 제출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귀포경찰서는 9일 “짝 제작팀에 지난달 27일부터 5일까지 7일간 제주에서 촬영한 영상 전체를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강요나 강압에 의해 촬영이 이뤄져 출연자 전모(29)씨가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는지 밝히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강요죄’로 제작진을 형사 입건하는 것이 가능하다. 당초 경찰은 “촬영 분량이 1000시간에 달해 전체를 분석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니 정리해 보내 달라”고 SBS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유족은 “편집을 통해 증거인멸 가능성을 열어줬다”며 반발했다. 그러자 뒤늦게 “전량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중앙일보 3월 8일자 2면

 경찰에 따르면 이 같은 요구에 대해 SBS는 “10일까지 내부 검토를 한 뒤 전체 또는 부분 제출 여부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경찰에 넘기는 행위 자체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사 전문가들은 “문제를 가리기 위해서는 압수를 해서 촬영한 전부를 확보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호남대 김문호(53·경찰행정학) 교수는 “출연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은 사건”이라며 “경찰이 혐의를 분명히 잡고 촬영한 전량을 압수해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짝’ 제작진을 형사 입건할 만큼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며 “입건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장을 받을 수 없어 압수는 불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씨의 어머니 이모(53)씨는 “경찰이 별 이유 없는 자살로 사건을 몰아가는 것 같다”며 “촬영 과정과 딸의 죽음의 연관성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지난 5일 새벽 유족과 “방송이 나가면 한국에서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등의 통화를 한 뒤 촬영지인 서귀포시 펜션의 욕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제주=최경호·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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