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의 기만극에 속아 살아온 게 부끄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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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재일조총련 간부 및 맹원으로 활동하다가 대한민국으로 전향한 재일교포 14명의 공동좌담회가 25일 상오9시30분부터 1시간30분동안 서울중구장충동 자유센터 2층 강당에서 열렸다.
재일거류민단 동경도 본부와 산하지부 분회의 주선으로 전향, 반공연맹 주최로 열린 좌담회에서 이들은 한결같이 6·25동란 25주년을 전후해 일본에서는 조총련의 대한민국 적화활동이 가열해지고 있다고 밝히고 지금까지 이처럼 발전된 조국의 참모습을 모르고 있었음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일본에 돌아가면 만나는 사람마다 조국의 발전상을 소상히 소개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35년 전에 일본에 건너가 노동으로 생활하며 조총련 동경도 아남지부 재정부장으로 있었던 김시익씨(35·경북의성출신)는 『지금까지 조총련의 주장대로 민족의 비극인 6·25동란을 남한에서 먼저 일으킨 것으로 알았으나 이제 분명히 역사의 사실을 알게되었다』고 말하고 『반평생을 속아 살면서 조국을 찾지 못한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으나 앞으로 이번의 고국방문을 계기로 여생을 조국에 바치겠다』고 했다.
김씨는 또 일본에서 조총련의 압력과 협박이 가중되고 있으나 많은 사람이 계속 민단측으로 전향하고 있다』 고 말했다.
또 아들이 조총련예술단장으로 있으면서 지난해 북한에 갔다왔다는 양두명씨(62·경북월성출신)는 아들이 북한에 갔을 때 함께 나오지 못한 숙부도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북괴의 이러한 수법은 인간의 정까지도 끊는 것으로 생각돼 이번에 조총련의 암살위협에도 불구하고 모국방문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세 아들과 며느리가 북송되고 남편까지 지난해 북한을 다녀왔다는 윤악이씨(62·경북선산출신)도 남편으로부터 북한이 초청을 하고도 자식들을 만나보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 아들과 손자를 이제는 버린 자식으로 단념하고 말았다고 말하면서 이제는 죽어도 남편과 함께 고국에 돌아와 죽고싶다고 했다.
가장 나이가 어린 이춘남씨(25·경북경산출신)는 『6·25가 나기 넉달전에 일본에서 출생, 지금까지 조국의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한 일이 없어 조국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더없이 좋은 경험을 했다』며 『고국에 돌아와 공부를 해 이 나라 일꾼이 되고싶다』고 일본어로 말했다.
이들 모국방문단은 지난23일 입국, 그동안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앞으로 산업시찰·현충사참배·고향방문 등의 일정을 마친 뒤 오는7월5일 출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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