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아파트숲에 마라톤 꽃피운 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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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일산호수공원 산책로에서 채수천(앞줄 왼쪽)·홍미화씨 부부와 윤영전(뒷줄 왼쪽)씨, 송광수씨 등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마라톤 도시다. 굵직한 마라톤대회가 자주 열리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해마다 개최된 중앙일보-고양시 주최 ‘고양평화통일 마라톤’ 대회가 대표적이다. 일산호수공원과 제2자유로 등 풍광이 아름답고 달리기에 편한 코스도 두루 갖추고 있다.

 고양의 마라톤 붐은 지역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단 20여 명을 주축으로 조성되고 있다. 이들은 지역의 마라톤 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하고 주민들과 함께 일산호수공원 주변 등을 수시로 달린다.

 6일 오전 11시 고양시 장항동 일산호수공원 한울광장 앞. 고양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인 채수천(72)씨와 부인 홍미화(63)씨, 송광수(68)·윤영전(64)씨 등 4명이 모였다.

 트레이닝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은 이들은 “오늘도 힘차게 달려봅시다” 하며 산책로를 뛰기 시작했다. 30분 동안 6㎞쯤 달린 이들은 “건강 유지에는 달리기가 최고”라며 “거의 매일 뛴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말과 휴일에는 주민을 가능한 많이 모아 호수공원 일대에서 달리기를 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입주자 대표 회장들은 “콘크리트 숲에서 단절된 생활을 하는 이웃 간의 소통과 화합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주민들에게도 달리기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씨 등 입주자 대표들은 10년 전부터 입주자 대표 총회가 열릴 때마다 주민끼리 마라톤을 하자고 제안했다. 마라톤 대회가 열릴 때에는 안내방송을 통해 대회 참여를 독려했다. 인터넷 마라톤 동호회 카페도 개설했다.

 이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마라톤 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고양시내 26개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가운데 10여 개 단지에 마라톤 동호회가 구성됐다. 윤영전씨는 “대규모 동호회는 아니지만 주민 10여 명씩 모여 아파트 주변을 달리는 모습도 이제는 흔히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호수공원에는 동호인들이 여는 마라톤 시민교실까지 생겼다. 매주 일요일 새벽 6시 ‘일산호수마라톤클럽’ 회원 100여 명이 마라톤 훈련을 하고 시민들에게 달리기 요령을 지도한다. 또 매주 토요일 오전 6시부터 고양종합운동장에서는 달리기 초보자에게 강습도 한다.

 일산호수마라톤클럽 조효전(58) 회장은 “마라톤 초보들의 모임인데 매년 회원이 늘고 있다”며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마라톤이 고양시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자 대표들은 주민들과 함께 오는 30일 일산신도시 킨텍스 일대에서 열리는 고양평화통일 마라톤’에 대거 참여한다. 채씨는 아내와 80대 장모, 사위, 외손자 2명 등 4대가 5㎞와 10㎞ 마라톤을 뛸 계획이다. 채씨는 “20여 년 전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무릎 통증도 사라졌다”며 “마라톤 대회에는 빠짐없이 참여한다”고 했다.

 주엽동 강선마을 아파트 입주민 회장인 송광수씨는 “주민들과 함께 최근 5년 사이 마라톤 대회에 10여 차례 참가했다”며 “마을 주민 100여 명을 데리고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8회째 열리는 ‘2014 고양평화통일 마라톤’은 하프 코스(21.0975㎞), 10㎞, 5㎞ 등 세 부문에 5000명이 참가한다.

글·사진=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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