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터넷에선] e-메일·畵像 보내 데이트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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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양대 경영학부 신입생입니다. 만나기 전에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제 사진을 먼저 보냅니다. 채팅 연락처로 연락주세요."

서울여대 경영경제학부 신입생들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연 카페 '미팅게시판'에 올라온 한 남학생의 글이다. 미팅철을 맞은 요즘 대학가에선 '디지털 미팅'이 인기다.

포털사이트마다 수백개에서 수천개씩 만들어진 신입생 커뮤니티에는 미팅 신청의 글이 많게는 하루 10여건씩 쏟아지고 있다. 카페 미팅 게시판을 통해 알게 된 남녀 대학생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얘기를 나누거나 사진을 주고받다가 마음에 들면 직접 만난다.

"이달 초 인터넷 미팅 게시판에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프로필을 올려 놓았더니 50여건의 미팅 신청이 들어왔어요. 몇몇 남학생과 디지털 사진.e-메일 등을 교환했고, 이중 마음에 드는 2명과 실제로 만났어요."

서울대 음대 신입생인 李모씨는 이렇게 소개하며 "외모를 비롯, 기본적인 조건을 미리 알 수 있고, 마음에 들 경우에만 미팅에 응하면 돼 '폭탄'(진짜 마음에 안드는 상대)을 맞을 우려가 줄어들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미팅이 성행하면서 '○○대학 ○○과 ○○학번 대표 앞' 편지가 만남의 계기가 되던 전통적 미팅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대학 시절 학번 대표로 미팅.소개팅 주선을 도맡았다는 회사원 양모(27.여)씨는 "아무 정보 없이 설레는 마음으로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아날로그식 미팅의 추억이 사라져간다니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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