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군 인터뷰 "어머니가 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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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경=박동순 특파원】일본의 강호들과 대국할 때 보여준 호방한 투지, 의연한 자세로 어른스러워 보였던「프로」10걸 전 우승자 조치훈군도 동양방송이 연결한 국제전화에서 12년간 만나지 못한 어머니에게『엄마야?』라고 울먹이듯 외칠 때는 앳된 모습을 숨길 수 없는 한낱『소년』이었다.
그러나『수고했다』는 어머니의 칭찬에는『고맙습니다』라고 다시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갔다.
『목소리가 너무 젊은 느낌이어서 처음에는 누나인 줄 알고 누나냐고 물어 볼까 했는데 전화가 끊겼다』고 장난꾼 스럽게 말하면서 치훈 군은 승리한 순간부터 굳어 있었던 얼굴에 처음으로 활짝 맑은 웃음을 띠었다.
승리의 소감을『기쁠 뿐』이라고 말한 치훈 군은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칠 생각도 않으며 옆자리에 앉아 있는 형 조상연 4단의 손을 그러쥔 채 『형이 언제나 곁에 있어서 아버지가 돼 주고 어머니가 돼 주었다』고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명인·본인 방「타이틀」까지 따고 싶다』는 치훈 군은『일본에서 괴로웠던 일은 없었다. 모두 형이 잘 돌봐 주었고 그래서 형에게 정말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를 받아 조상연씨는『치훈이가 어린 마음에도 조금이라도 형의 짐을 덜어 주려고 애써 왔다. 6살 때 떠나와 부모의 정도 모르고 혼자서 자라 오는 것이 언제나 가슴 아팠다. 어떤 때는 괜히 데려왔다고 후회한 적도 있고 기록에만 쫓겨 동생이 숨쉴 틈도 없이 바둑 일념으로만 몰아친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고 울먹였다.
이 말을 듣는 치훈 군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거렸다.
치훈 군은『부자가 아니라서 아버지·어머니에게 그토록 하고 싶은 전화도 절지 못했다』 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아직 기쁨의 실감이 안 나고 무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치훈 군은 6살 때 고국을 떠난 사람 같지 않게 우리나라 말이 유창하다. 더듬거리면서도 우리 말로 이야기하려 애쓰는 것이 민망해 일본말로 얘기해도 좋다고 기자들이 말했으나 끝내 우리 말로 시종 했다.
치훈 군은 또『6살 때 서울을 떠나왔기 때문에 고국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나 빨리 가고 싶다. 엄마가 제일 보고 싶다』면서『귀국하면 구경보다는 바둑이나 두겠다』고 말했다.
치훈 군은 귀국문제에 대해 중앙일보·동양방송이 초청해서 현재형이 수속관계를 맡아서 해주고 있다고 밝히고 한국에서 자기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에 어깨가 무거워 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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