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에|랑승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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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티 없는 가슴 어디엔가 돌같이 차가운 빛이 괸다.
하늘가 어지러운 머리 위에 이우는
꽃빛 숨결이여.
어쩌면 옛날에 있었을 똑같은 한 빛의 목숨이어라.
소리 없이 잇달아 흔들리는 것은-
한밤을 가슴 후린 바람결에, 향 맑은 울음에 가라앉는
그림자, 이 저녁 마지막 어디 별 흩어진데, 도는 달무리에
줄줄이 얼 비쳐 꿈을 이어라.
그러다 후련한 가슴 깊숙이, 한 방울
물 괸데 환히
새벽처럼 밝아오는 길이 있을 것이다.
저물은 비에 젖은 눈짓이며 번지는
꽃물의 출렁임
또, 이제는 울지 않는, 어쩌면 옛날에 있었을 똑 같은 한 빛의 목숨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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