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빛-이인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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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 겨울 밤 내리는
눈의
말씀을 듣는다
인내하라, 인내하라, 인내하라.
일상의 모든 빛이
인고의 어둠으로 서서히 잠겨들 때
나는 무엇을 보며
무엇을 느끼는가.
다함에서 다함을 모르는
당신의 손이 빚어내는 말씀은
한밤 내내 소리 없이 눈 내린 뒤
새벽 이마 위에 은은한 빛을 틔운다.
눈 가장자리에 깊이 드리운 어둠은
멀리 멀리까지 씻겨가고
봄 시냇가에 앉아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다

<75년도 신예중앙문학당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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