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역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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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14일에 일본의 전관수역을 침범했다 하여 한국어선 1척이 나포되었다. 한·일 어업협정이 맺어진 6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어선이 한국 측 수역을 침범하다 잡힌 첫 사건은 지난 66년에 있었다.
일본 해상보안청 발표에 의하면 일본측 전관수역을 침범한 한국어선 수는 73년과 74년 사이에 근4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 측 전관수역을 얼마나 많은 일본어선이 침범해 왔는지 정확하게 우리는 알 수 없다. 우리네 수역 전체를 충분히 감시할 만큼 감시선이 많지 않은 것이다.
더우기 일본의 어선은 우리네 어선보다 대형이며, 속도도 빠르다. 추적권도 분명치가 않다. 따라서 똑같이 서로 침범해 온다 하여도 그 피해는 우리 쪽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나포사건과 때를 맞춘 듯이 일본농상은 앞으로 일본의 3「마일」전관수역을 12「마일」로 연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동해에 새로운 해역전쟁의 전운이 짙어져 가는 것 같다.
지금까지 해역전쟁은 세계 각지에서 끊임없이 있었다. 지난 69년에는「페루」가 미국의 어선을 포획한 것이 발단이 되어「참치전쟁」이 일어났었다. 이때「브라질」「칠레」등이「페루」편을 들었으며 논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모로코」와「스페인」사이에 작년에 일어났던 70「마일」전쟁도 아직 계속되고 있다. 거년 3월에「모로코」는 갑자기 영해 70「마일」을 주장하고「스페인」과의 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런지 얼마 후에「모로코」측이「스페인」어선에 발포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재미있는 것으로는 북「베트남」과 중국·향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상어전쟁」이다.
장어의 지느러미는 중국요리에는 불가결한 것이다. 이래서 어업용「정크」가「통킹」만 속 깊숙이 침입하고, 북「베트남」해안 근처에까지 넘나든다.
그런데 이들「정크」는 거의 모두가 향항과 중국의 이중등록선이다. 월맹은 이「정크」들을 잡으면 최고 1천4백「달러」까지의 벌금형을 물리고 있다.
가장 격렬한 것은「아이슬란드」와 영국사이의「대구 전쟁」이다「아이슬란드」는 어업전관수역을 3「마일」로부터 50「마일」까지 일방적으로 늘려 놓았다.
이 때문에 58년에는 제1차「대구전쟁」이「아이슬란드」와 서독·영국사이에서 일어났었다. 그리고 또 지난해에 제2차 전쟁이 일어나 발파사태로까지 확대되었었다. 이처럼 해역전쟁은 날로 심해져만 간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영해에 관한 국제적인 합의가 없는 만큼 자력으로 어업자원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어느 나라나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해역전쟁은 또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과의 갈등이기도하다. 특히 자원위기의 소리가 높아져 가며 있는 오늘날『바다의 전국시대』막겠다는 관용과 우호의 성량은 자꾸만 줄어만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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