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여 명 사진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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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치밀한 사전계획과 사후처리로 영구미제사건이 될 가능성을 지닌 이 사건해결의 수훈감은 한봉수 경사(48).
수사생활 28년에 화곡동 「3남매 살인사건」을 해결한 한경사는 이 사건이 은행 내부사정을 잘 아는 전·현직 은행원이 가담한 사건으로 단정. 윤성덕(39) 김대학(41) 김길준(36) 등 4명으로 된 전담반을 지휘, 은행에서 사고 퇴직한 51명과 사기전과자 5만1천3백44명에 대한사진면접수사를 벌였다.
전담반은 현송금송부서와 전금통지서에 찍힌 서울은행 중부지점 김문영 대리의 직인, 중부지점 약인 위조에 집중, 선인당 도장포에서 새겨간 사실을 밝혀내고 김대리가 취임한 73년6윌 이후에 나간 중부지점 발행부정액수표 79장을 복사, 수표를 찾아간 사람 뒤를 일일이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중 「윤동수」란 명의로 발행된 1만6천 원 짜리 자기앞수표의 고객의 행방만이 밝혀지지 않자 이서에 쓰인 해남상회를 찾는데 착수, 수표이면에 쓰인 8명의 이서자를 거슬러 올라가 마침내 봉천동시장 안에서 박모 여인이, 같은 시장에서 주류상을 했던 해남상회 최명록 씨로부터 이 수표를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최씨는 범인 윤봉현 씨의 부인. 경찰은 윤씨가 파산상태에서 갑자기 빚을 갚고 감적한 사실을 알아내 추적 끝에 잡게됐다.
한경사는 『사건 후 전담반 4명이 단 하루도 집에 들르지 못했다』면서 『만일 범인들이 가명으로 떼어간 수표만 없애버렸다면 영구미제사건이 됐을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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