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만 일하는데 정년 보장 정규직이라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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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신한은행 시간제 일자리 채용을 위한 1차 면접에 참석한 경력단절 여성들이 은행 인사담당자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다. [강정현 기자]

큰맘 먹고 새로 장만했다는 검은 재킷과 하얀 블라우스가 단정했다. 18일 서울 남대문로 신한은행 광교 별관에서 열린 시간제 일자리 1차 면접에 참석한 박하연(36·여)씨는 긴장한 모습이었다. 은행을 다니다 두 아이 육아 때문에 그만둔 지 9년이 지났다. “중간에 잠깐 마트에서 닭튀김 만드는 일도 했어요. 애 키우면서 오후에만 일할 곳을 찾기란 어렵더라고요. 이번에 채용공고를 보고 4~5일 밤잠 설치며 자기소개서를 썼죠.”

 신한은행 시간제 일자리는 하루 4시간(낮 12시~오후 4시30분, 휴식시간 30분) 은행 지점에서 입출금·수납업무를 맡고, 전일제의 60% 수준 월급(150만원)을 받는 조건이다. 200명을 뽑는 데 무려 1만9800명이 지원했다. 대부분이 박씨 같은 30대 중후반~40대 초반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은행 측이 놀랄 만큼 호응이 뜨거웠던 건 엄마들에게 딱 맞는 근로조건 때문이다. “오후에만 일하는데 정년 보장되는 정규직이라니. ‘엄마들의 로망’이라고 생각했어요.” 두 아이 엄마 오세은(35·여)씨는 채용공고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돈도 벌고 증권사 경력도 살릴 수 있어서다. 그는 “아줌마 정신을 발휘해 전투적으로 면접에 임하겠다. 정년까지 은행에 뼈를 묻을 생각”이라며 각오를 보였다.

 18~21일 진행되는 1차 실무면접은 서류전형을 통과한 800명이 대상이다. 면접을 지켜본 신한은행 인사부 나인섭 부부장은 “면접자들의 취업에 대한 열망이 워낙 커 입행하면 정말 열심히 일할 걸로 보인다. 계획대로 200명 뽑는 데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면접을 거쳐 뽑히면 9주간 교육을 받은 뒤 6월 집과 가까운 지점으로 배치된다.

 ◆현대차그룹, 시간제 일자리 1000명 채용=현대차그룹은 24개 계열사에서 하루 4시간씩 근무하는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한다고 19일 밝혔다. 채용인원은 총 1000여 명으로 현대차 300명, 기아차 200명,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부품 계열사 100명, 건설 부문 160명, 금융 계열사 115명이다. 입사지원서는 다음 달부터 받는다. 주로 제품 상담이나 콜센터 근무, 사무 지원, 어학강사, 개발업무 지원을 맡게 된다. 간호사·심리상담사·물리치료사처럼 전문적인 자격이 필요한 분야도 있다. 급여와 복리후생은 근무시간에 비례해 주고, 4대 보험이 적용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원자격 제한은 없으나 경력이 단절된 여성, 퇴직 준비 중인 장년층을 우선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한애란·조혜경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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