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원 건칠공예작품전-재기의 첫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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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 건칠공예 전통의 명맥을 이어주는 원로작가 강창원씨의 작품전은 개인적으로 그의 재기를 실증하는 첫 개인전이란 점에서도 주목될 뿐 아니라 이제 너무도 쇠퇴해버린 칠공예의 계승을 위해서도 뜻깊은 전시회다.
금년 69세의 강씨는 50년대에서 60년대에 걸쳐 거의 일손을 놓아 미술계에선 망각되다시피 했었다.
그러나 지난 4,5년간 재기의 몸부림을 했고 작년 국전에선 초대작가상을 받음으로써 힘을 되찾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번 출품 30점의 거개가 그 후 1년 동안 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불우한 여건 속에서도 천부의 작가라 할 강씨는 뛰어난 작가경력을 갖고 있다. 동경미술대학을 나와 l935년 전후해서는 선전과 제전에서 각광을 받았고, 그 작품의 하나는 전 구 왕실미술관(현재 국립박물관에 흡수됨)에 소장된 근대미술품 중 유일한 한국인 작품으로 보존돼 있다. 그럼에도 우리 나라 칠공예는 해방 후 일반의 수요가 끊어지고 제작의 까다로운 공정 때문에 이 일을 배우려는 후진조차 없었다. 강씨가 그동안 역경을 헤맨 것은 바로 이런 사회여건에 기인한 것이다. 그만큼 그의 건칠작품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지금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건칠은 목공품에 칠하는 것과는 달리 삼베만을 몇 겹 발라 그릇모양을 만든 뒤 그 안팎으로 옻칠을 입혀 윤을 냈다는 점에서 특수한 칠공예다. <24일까지 미도파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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