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내리기 탈출구일까 미로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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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1980년 미국 월마트의 자동차 엔진오일 판매대에 낯선 현수막 하나가 걸렸다.'언제나 낮은 가격에 판매합니다(EveryDay Low Price)'.

월마트는 종전까지 취급하던 5개의 엔진오일 브랜드를 하나로 줄였다.

또 관례적으로 받던 진열비.각종 특가전 판촉비 등을 납품업체에 요구하지 않기로 하고 대금도 10일 이내에 현금으로 지급키로 했다. 대신 납품업체에는 항상 최저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도록 요구했다.

이른바 'EDLP'는 이후 끊임없는 경영혁신과 효율화로 소비자들에게 실익을 주겠다는 월마트의 핵심적인 기업철학으로 자리 잡았으며, 세계 최대의 소매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가격인하는 기본적으로 'EDLP'에 가깝다"며 "점포.물류센터 등이 확충되고 각종 원가인하 요인이 발생한 만큼 이익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가격인하는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유통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실익을 주기 위해선 유통업체의 효율성 제고와 지속적인 비용절감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한다. 수익을 깎아먹는 덤핑형태나 경쟁업체 따라가기 등은 '제살 깎아먹기'에 불과해 지속적으로 시행되기 힘들고 미끼상품 활용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현대유통연구소 김인호 소장은 "'항상 낮은 가격'은 '항상 낮은 비용'(EveryDay Low Cost)이 전제돼야 한다"며 "국내 할인점업계도 점포 포화 상태로 들어서고 있는 만큼 가격경쟁을 통해 할인점 업체간 우열이 확실히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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